서문 도나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 5
제1장 개와 인간, 기묘한 친척
1. 미즈 카이엔 페퍼 19
2. 사이보그에서 개로 25
3. 자연문화 27
4. 반려종 31
5. 진화 이야기 34
6. 순종견과 잡종견 36
7. 훈련하기 43
8. 동물이 돌아보았을 때, 철학자는 응답했는가? 48
9. 되돌아보기, ‘경의’ 54
10. 놀이 혹은 깊은 대화 57
11. 소화불량의 느낌 61
제2장 심포이에시스, 혹은 공-산의 사유
1. 심포이에시스, 혹은 공-산의 사유 67
2. 박테리아와 세균의 공-산 72
3. 모든 실패는 일종의 성공이다 76
4. 공생은 또 다른 자기를 만드는 것인가 79
5. 공-산의 생물학 82
6. 공-산의 예술 86
7. 공-산의 기하학 90
8. 공-산의 인식론 93
9. “죽이지 말라”가 감추고 있는 것 97
10. 공-산의 윤리 100
11. 고통을 나눈다는 것 105
제3장 인류세의 그늘 속에서: “트러블과 함께하기”
1. 인류세의 그늘 113
2. 트러블과 함께하기 119
3. 촉수적인 사유 122
4. 자식이 아니라 친척을 만들자! 127
5. 쑬루세: 피난처를 회복하기 131
6. 기억 136
7. 애도 138
8. 복구를 위한 SF―카밀 이야기 141
제4장 사이보그, 혹은 집적회로 속의 여성들
1. 모독 151
2. 새로운 체현의 여성들 156
3. 아이러니, “나는 여성이 아닌가요?” 159
4. 불안하게 활발한 20세기 말의 기계들 162
5. “집적회로 속의 여성들”, 테크노사이언스의 유머 164
6. “우리들은 다르다” 167
7. 미분적인 의식 172
8. “현실적 생존을 위해 사이보그를” 177
9. 포스트휴먼 시대의 사이보그 181
제5장 페미니스트 인식론
1. 과학에 대한 페미니스트의 딜레마 189
2. 과학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192
3. 여성의 위치가 더 나은 지식을 만든다 197
4. 은유를
책 속에서
심(sym은 ‘함께’이고 포이에시스(poiesis는 ‘제작하다’, ‘생산하다’를 뜻하니, 심포이에시스는 공-작(共-作 아니면 공-산(共-産을 뜻한다. 모든 제작이나 생산은 다른 무언가와 함께-제작하는 것이고 함께-생산하는 것이다. 혼자 일하는 장인도 그의 도구들과 함께-제작하고, 홀로 조용히 서서 생존하는 소나무도 햇빛, 물, 땅 속의 균류와 영양소 등과 함께 자신의 생명을 생산한다. 후자의 경우는 제작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으니 심포이에시스를 함께-생산함을 뜻하는 공-산으로 번역하려 한다. 모든 생명은 그렇게 다른 무언가와 함께하는 공-산의 체계 속에서 생산된다.
공-산을 뜻하는 심포이에시스는, 하나의 막을 가지며 그 안에서 여러 성분들이 하나의 계를 이루는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를 한 걸음 더 밀고 나간 말로 도나 해러웨이가 제안한 개념이다. (…
공-산은 누구도 독점적인 소유자이기만 했던 적은 없었고, 모두가 평등했던 적도 없었음을 표명하는 말이다. 유한한 생명은 반드시 ‘무엇’을 필요로 하고, ‘누구’인 자와 ‘무엇’이 된 자의 권력 관계는 당연히 불평등하다. 하지만 ‘누구’와 ‘무엇’이 항상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주체(누구와 대상(무엇의 불평등한 권력 관계에 민감했던 페미니즘은 주체와 대상의 행복한 합일을 추구했고, 자신의 몸에 타자를 받아들이는 ‘여성성’에서 그 희망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 역시 ‘무엇’을 필요로 하는 ‘누구’이고, ‘누구’에 대한 ‘무엇’이기도 하다. 폭력이 없고 이용(exploitation이 없는 무구한 위치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일방적인 폭력도 일방적인 이용도 불가능하다. 이 불가능성이 공-산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므로 모든 것이 평등해진 후에야 공-산이 가능해진다고 여길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한 번도 공-산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지구의 공-산 시스템에서 퇴출될 위기에 있다. 이것이 우리가 공-산을 이야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