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삼국유사』의 기적을 미술사적으로 읽기 5
황룡사 황룡의 실제 - 왜 궁궐 건축이 사찰건축으로 바뀌었을까? 12
가섭불연좌석의 정체 - 신라 불국토 만들기의 초석 22
신라에 불교를 전한 아도 - 설화에서 역사 추려내기 32
이차돈과 흥륜사 - 이차돈은 왜 순교해야만 했을까? 42
무왕과 미륵사 - 왕권의 기초가 된 익산의 황금 50
황룡사 장륙상 제작지 - 문잉림은 어디인가? 60
흥륜사의 재구성 - 『삼국유사』에 흩어진 퍼즐 맞추기 70
자장 율사가 빚어낸 진주, 진신사리 80
사천왕사와 문두루비법 - 풍랑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90
원효의 뼈로 만든 진영상 - 설총의 뜻일까 원효의 바람일까? 102
의상 대사, 신라를 불국토로 만들다(上 112
의상 대사, 신라를 불국토로 만들다(下 122
진정 스님과 비로사 - 의상 스님의 후계자 132
전후소장사리, 우리나라 진신사리의 근원을 찾다 140
어산불영, 만어산에 드리워진 부처님의 그림자 150
요동성에 세워진 아소카왕 불탑 - 진신사리 신앙의 확산 160
익명성의 신화화 - 천· 지· 인이 빚어낸 불상 168
삼소관음중생사, 기적을 일으키는 불상 178
황복사와 신문왕 - 신문왕릉은 어디인가? 188
유가종의 태현과 화엄종의 법해 - 신라 고승의 마법 대결 198
깨어진 석굴암 천장돌 - 신라 스토리텔링 기법의 모범 208
백월산의 미륵과 아미타 - 미완을 완결시킨 설화 218
포천산의 다섯 비구 - 대중이 목격한 합동 성불의 기적 226
진표 스님의 점찰법회 - 종교와 혹세무민의 차이 236
단군 신화 - 전설과 역사의 변증법 246
『삼국유사』의 기적을 미술사적으로 읽기
『삼국유사三國遺事』의 저자 보각국사普覺國師 일연一然, 1206~1289 스님은 본문에 해당하는 첫 장의 제목을 ‘기이紀異’로 하였다. 그리고 “성인은 예악禮樂으로 나라를 일으키고 인의仁義로 가르침을 베푸는 데 있어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언뜻 일연 스님 스스로 역사 서술에 있어 객관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김부식金富軾의 『삼국사기三國史記』 같은 역사서가 객관적인 사실만 다루고 있는 것과 차별화하여, 사실은 이 괴력난신, 즉 기이한 일을 자신의 저서 첫 머리에서부터 다루게 될 것을 두고 미리 양해를 구한 것이다. 첫 장 ‘기이’는 ‘괴이하다’는 의미의 ‘기이奇異’와 표현은 다소 다르지만, 본문에서는 이미 “삼국의 시조가 모두 신이神異에서 나타난 것이 어찌 괴이하다 하겠는가”라고 하여 이러한 기적적인 사실을 역사 서술에서 결코 배제할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을 ‘사史’가 아닌 ‘사事’로 붙였으리라.
공식적으로는 『삼국유사』를 영어로 표기할 때 Memorabilia of Three Kingdoms라고 한다. 『삼국사기』와 구분해 History로 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memorabilia가 ‘기억할 만한 일’, ‘주요 기사’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을 보면 일연 스님의 원래 의도를 완전히 전해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유사遺事’, 즉 남겨진 이야기는 어쩌면 이렇게 기이한 일이어서 『삼국사기』에 실리지 못한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차라리 신화가 된 이야기, 전설이 된 이야기라는 뜻으로 Legend of Three Kingdoms라고 하는 것이 더 쉽고 잘 어울리는 듯하다. 일연 스님은 이러한 괴이한 일 가운데 진실, 특히 불교적 진실이 담겨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신화는 흔히 허황되게 지어 낸 이야기로 간주된다. 하지만 근대 이후 신화에 담긴 관념이 고대인의 정신세계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로 각광받은 것을 생각하면, 일연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