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해의 나선형
2. 나선 전시장
3. 욕조 속의 털보 선생
4. 나선의 상징
5. 황금 나선에 대한 근거 없는 통념
6. 나선 에너지
7. 돌돌 말기
8. 달팽이왕
9. 경이로운 나선
10. 불운한 나방과 삐딱한 매
11. 둥근 테셀레이션
12. 밧줄과 소총
13. 잃어버린 나선형들의 바다
14. 하늘의 광대한 나선형
15. 나선 계단
16. 옛 뱃사람의 나선형
17. 그노몬, 기적, 찰스 배비지
18. 고불고불한 식물
19. 진자와 은하
20. 맥주 캔 쥐는 법
21. 막간에 해변에서
22. 텔레비전이 나선형이던 시절
23. 네 이웃을 사랑하라
24. 나선형 둑, 타틀린의 탑
25. 이제 이야기가 복합적으로 전개된다
26. 치명적인 나선형
27. 등반가들의 친구
28. 역사 속 미궁
29. 뉴턴의 골칫거리였던 나선
30. 바다의 조각 작품
31. 새점을 치던 신관들의 나선형
32. 원을 네모지게 만들기
33. 네브래스카주의 악마 같은 비버들
34. 겨우살이 아래에서
35. 나선이 쌍을 이루면 재미도 두 배
36. 소용돌이
37. 진흙 속의 보물
38. 아원자 입자들이 휘갈겨 그린 선
39. 발톱과 이빨이 피로 붉게 물든 자연
40. 커피, 케플러, 범죄
41. 뒤러의 비밀
42. 시간의 심연에서 나온 나선형
43. 아르키메데스식 추진
44. 미라에 감긴 붕대 풀기
45. 이교도들의 나선형
46. 화장지에 관한 고찰
47. 유쾌한 핵미사일 사고
48. 살리그람실라와 비슈누의 손
49. 최고의 나선형을 찾아서
50. 참 이상한 물고기
51. 마음속의 나선형들
52. 거미의 나선형 집
53. 뒤틀린 나무에 얽힌 수수께끼
앵무조개에서 은하까지, ‘나선에 관한 모든 것’
주기적인데 반복하지 않고, 끝이 없는데 무한하지 않은 ‘신비의 도형’
미노타우로스가 갇혔던 미궁, 우리 귓속의 달팽이관, 살아있는 화석 앵무조개, DNA의 분자 구조, 엄청난 바다의 소용돌이, 목성의 거세면서도 고요한 폭풍, 블랙홀 주위의 강착 원반, 은하의 장엄한 소용돌이 형상…… 이들은 모두 나선형이다. 나선처럼 아름답고 신비롭고 영원의 느낌을 강렬하게 불러일으키는 도형은 없다. 주기적이지만 반복적이진 않고 끝없지만 무한하진 않은 나선은 가장 ‘완벽한 도형’이다. 인류 문화가 탄생한 이후 나선은 영적 상징으로서 태양을 나타내거나, 순례자가 깨달음에 서서히 다다르며 빙빙 돌아서가는 여로, 이를테면 단테의 《신곡》에서 연옥산을 오르는 길 같은 것을 나타냈다.
이 책은 나선형 화석을 연구하다 나선이라는 도형이 갖는 매력에 빠진 고생물학자가 쓴 ‘나선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식물과 우주 등 자연 스스로가 만들어 낸 것은 물론이고 선사 시대 유적이나 고에너지 물리학에서 발견되는 인공적인 나선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흥미롭게 풀어가고 있다.
시간의 심연에서 나온 나선형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간은 나선 모양에 홀리듯 빠져드는 것 같다. 나선이 만드는 소용돌이 모양이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일까. 실제로 어린 아이들이 무심코 낙서하듯 그리는 그림은 나선 모양을 띠는 경우가 많다. 선사 시대의 유적인 미궁도 나선 형태를 띠고 있다. 스톤헨지 등의 야외 구조물들도 기둥의 패턴들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나선형과 닮아 있다. 바이킹의 뱃머리에도,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모습에서도 나선 형태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자연에서도 앵무조개 껍질을 비롯해 고사리 새순, 오이의 덩굴손, 해바라기의 잎차례 등에서 뚜렷한 나선 모양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나선은 자연계에서는 물론이고 오래전부터 인간이 만든 문명에서도 도처에서 존재해 왔다.
나선은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