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욕심내지 말고 자투리 시간에 낙서하듯
1. 나는 왜 필사를 시작했나
2. 필사를 사랑하는 몇 가지 이유
3. 궁극의 독서법, 필사 - 독서와 필사
4. 등이 굽고 허리가 휘다 - 편안한 필사 자세
5. 필사는 언제 어디서? - 필사하기 좋은 시간과 장소는 따로 없다
6. 필재가 없어도 끈기만 있으면 - 글씨에 대한 생각
7. ? - 내 글씨는 왜 예쁘지 않을까
8. 가지런한 크기와 반듯한 오와 열
9. 메모도 필사하듯 - 필사력을 키우는 방법
10. 베껴 쓰기를 넘어- 필사는 자기 글을 쓰기 위한 디딤돌
11. 그는 쓰고 있었다 - 작품 속, 역사 속 필사 이야기
12. 옮겨 쓰고 싶은 책 열 권, 참고할 만한 책 다섯 권 - 『무서록』부터 『문구의 모험』까지
13. 문방구를 사랑하여
- 필사와 문구
- 문구 고르기
- 나의 필사 도구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이유
만년필이 하나 생겼습니다. 수성펜이나 볼펜과는 다른 필기감과 특성 때문인지 왠지 더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안에 든 잉크를 다 쓰면 카트리지를 바꾸거나 병 잉크에서 잉크를 넣는다는 점이 좋아 보이기도 했고요. 마음에 드는 만년필을 하나 가지면 오래도록 곁을 지켜 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그다지 쓸 일이 없었습니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종이에 글씨를 쓰는 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뭔가 재빨리 기록해야 할 때는 스마트폰의 메모 기능을 쓰거나 나아가 사진으로 찍어 두면 될 일인걸요. 종이와 펜을 꺼내 기록하는 시간이면 스마트폰은 필요한 메모나 정보를 몇 배 빨리, 몇 배 많이 저장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요즘 사람들이 필사를 생각하나 봅니다. 디지털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대신 손끝의 감각을 둔하게 하는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편하지만 단조롭죠. 여행 사진을 백 번 본들, 내가 그 자리에서 직접 보는 것만 못합니다. 나의 눈으로 보고, 나의 코로 맡고, 나의 손으로 만지는 일이 점점 소중해지는 시절이 도래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피를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캡슐커피도 있고 에스프레소 머신도 있는데 한사코 드립커피를 고집하는 이들이 있는 것처럼요.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맛도 일정하지 않은데, 만드는 과정의 손맛이 즐겁고 일정하지 않은 맛이 오히려 흥미를 돋웁니다. 실수를 하기도 하고, 맛이 없어 울상을 짓기도 하죠.
필사는 사실 만년필을 어떻게든 쓰고 싶어서 시작한 일입니다. 일하면서 만년필을 쓸 일은 대단히 드물고, 키보드면 거의 해결되는데 만년필을 대체 어디에 쓸까요? 하지만 틈틈이 손을 대 보니 매력이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더 만지고 써 보고 싶어졌는데, 도리가 없었어요. 그럼 뭔가 써 보자. 우선 다이어리부터 시작했습니다. 필사는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필사를 갓 시작한 이에게 주는 작은 안내서
이 책 『필사의 기초』는 이제 다이어리에서 벗어나 조금 더 나아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