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정생은 알 수 없는 오싹한 기운을 느꼈다.
그때 사랑방 문틈으로 하얀 옷에 감싸인 시커먼 손이 튀어나왔다.
“으악!”
정생은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 좀비와 검은 손에서
“훈장 어르신, 인제 그만 일어나시죠?”
접장이 깨우는 소리에 정생이 눈을 떴다. 점심을 과하게 먹었는지 식곤증이 몰려와 잠을 청했다가 옛날 일이 꿈에 나온 것이다. 감히 백면서생 주제에 관직을 사칭하였으니 죽을죄를 짓긴 했지만, 덕분에 많은 백성이 목숨을 건졌다. 정생은 모두 이 자 덕분이었다고 생각하고 대나무로 만든 중화척을 쓰다듬었다.
- 중화척의 비밀에서
“다산 선생님은… 다산 선생님은 어디 가셨지?”
그 말에 주변에서 폭소가 터졌다. 배 첨지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꿈에서 다산 선생을 만났나? 자네, 술이 참 약해졌군그래. 보약이라도 한 재 지어 먹게.”
“아니, 저, 분명히 다산 선생님이… 제가 다산 선생님을 논쟁에서 이겼는데….”
- 다산과의 논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