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와 계속 함께 살 수는 없을까?
집 안이 발칵 뒤집어졌다. ‘아리’가 곳곳에 똥을 싸놓고, 시도 때도 없이 시끄럽게 울어 대기 때문이다. 태한이에게 아리는 병아리 때부터 키우던 진짜 동생 같은 가족이지만, 다른 가족들에게는 천덕꾸러기 닭일 뿐이다. 아랫집 아저씨는 매일 찾아와 시끄럽다고 화를 내고, 형은 아리 때문에 공부를 못 하겠다며 성질을 부린다. 엄마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아리를 다른 데 보내자고 한다. 아리와 함께 아파트에서 살 수는 없는 걸까? 아리를 지키기 위한 태한이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아리도 동물이에요!
아리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만 막으면, 아리와 함께 살 수 있지 않을까? 태한이는 소리를 막아 준다는 달걀판을 찾아 아리를 데리고 마트에 간다. 하지만 마트는 ‘애완동물 출입 금지’다. 아리 때문에 태한이는 달걀판을 구하지 못하고 마트에서 쫓겨난다. 성대 수술을 받아 크게 짖지 못하는 강아지를 본 태한이는 동물 병원에 간다. 애완동물이라서 마트에 못 들어갔는데, 막상 동물 병원에서는 아리가 애완동물이 아니라고 한다. 태한이에게 아리는 강아지나 고양이와 다를 바 없는 소중한 존재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치킨과 백숙이 되면 좋을 ‘닭’일 뿐이다.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 태한이는 아리가 태어난 양계장을 떠올리고, 잠시 아리를 맡기려고 찾아간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아리야, 그동안 많이 답답했니?
태한이는 조류 독감으로 방역 작업이 한창인 양계장에서 서둘러 도망쳐 나온다. 아리를 데리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태한이 눈에 치킨이며 찜닭, 삼계탕을 파는 식당들이 보인다. 양계장에서 살처분 되는 닭과 식당에서 요리가 되는 닭과 태한이 품에 소중하게 안긴 닭 아리는 어떻게 다른 걸까? 사람의 필요와 편의에 의해 고기로 다뤄지는 동물은 먹고 자고 살아가는 생명이 아닌 걸까?
아리와 함께 긴 하루를 보낸 태한이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아리도 아파트에서 나와 지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