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색에서 나만의 색을 찾아가는 ‘자존’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3부 드라마
대부분의 그림책이 단순하게 하나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나의 상황이나 사건을 다루는 것과 달리, ‘홍학과 무지개’는 ‘자존의 여정’을 시작부터 중간, 끝까지 단계적 서사와 그에 따른 드라마틱한 시공간의 변화를 담은 3부 구성으로 보여 줍니다. 빨간 호수에서 빨간 점을 먹고 헤엄치며 행복하게 살다가, 무지개를 본 순간 자신의 빨강이 평범해 보여 무지개를 찾아 여행을 떠난 ‘시작’부터, 까마귀를 만나 주황 과수원, 노란 꽃밭, 초록 숲, 파란 바다, 남색과 보라색 별을 다니며 마침내 무지개색을 갖게 되었지만 이내 까마귀처럼 까맣게 변하게 된 ‘중간’, 까마귀와 함께 빨간 호수로 돌아가 빨강을 되찾고 자신의 빨강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까마귀의 검정까지 포용하게 된 ‘끝’까지,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들과의 관계가 점층적으로 얽히며 공간이 변화되는 연출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주인공의 정서와 갈등 양상에 따른 공간 연출은 독자로 하여금 보다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작품의 예술적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려 줍니다.
1. 홍학과 빨간 호수_ 평범한 빨강은 싫어, 무지개색을 갖고 싶어.
빨간 호수의 빨간 점을 먹고 새빨개진 홍학은 파란 하늘 대신 빨간 호수 아래를 헤엄쳐 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호수에서 먹고 자고 해초를 키우며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어 나갔지요. 그러던 어느 날 호수 위에 뜬 일곱 빛깔 무지개에 마음을 빼앗겨 버립니다. 빨강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혼란에 빠집니다. 무지개와 비교해보니, 자신의 빨강은 평범하기 짝이 없습니다. 홍학은 빨간 호수를 버리고 떠나려 하지만, 빨간 호수가 붙잡는 바람에 결국 빨간 호수를 데리고 무지개를 찾아 긴 여행을 떠납니다. 홍학은 지나가는 새들에게 자신을 빨간 호수에서 꺼내 달라 부탁하지만 다른 새들은 이를 무시하고 지나가 버립니다. 홍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