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은행나무가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주다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오래된 나무입니다. 많은 동식물이 멸종했던 빙하기를 거치고 살아남을 정도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랜 역사 속에서 은행나무에 얽힌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옵니다. 은행나무는 사람에게 참 친숙한 나무입니다.
그런데 이 은행나무가 사람처럼 성이 구분된다는 걸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은행나무는 암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암나무, 수꽃을 피우는 수나무가 따로 있습니다. 일반적인 나무는 암수 나무가 따로 없고, 암꽃과 수꽃이 같은 나무에서 피고 열매를 맺습니다. 은행나무의 경우는 수나무의 수꽃가루가 암나무의 암꽃에 옮겨져야 수정이 되고 열매를 맺게 되는 겁니다.
이를 꽃가루받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이나 새들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은행나무의 경우는 잎에 독이 있어서 동물들이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집니다. 봄바람이 불 때 수나무는 꽃가루를 바람에 실어 암나무에 보내 열매를 맺습니다. 두 나무의 거리가 가깝거나 마주보고 있으면 더 좋기 때문에 암은행나무와 수은행나무가 가까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매일 보는 은행나무에 이런 특별함이 숨어 있었다니요! 은행나무의 매력에 빠진 김선남 작가는 오랫동안 은행나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습니다. 길가의 은행나무를 관찰하고 그리는 것은 물론 직접 키우기며 은행나무의 성장을 관찰했지요. 이런 시간이 켜켜이 쌓여, 은행나무는 작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었고, 마침내 그림책이 되어 다가왔습니다.
은행나무의 한 해 나기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되새기다
어느 이른 봄날, 암나무와 수나무는 가까이 있는 서로를 알아봅니다. 수나무는 봄을 지내며 열심히 꽃을 피워 꽃가루를 보내고, 암나무는 그 선물을 받아 씨앗을 맺습니다. 여름이 되자, 암나무는 무성하게 잎도 키우고 단단하게 씨앗도 키워냅니다. 가을에 두 나무의 잎과 씨앗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