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신화 ― ‘적폐 원조’ 독재자와 ‘조국 근대화’ 영웅 사이
박정희 시대를 입체적으로 다룬 『박정희 대 박정희』는 군정기 연구(1장, 2장, 유신 시대 연구(3장~6장, 박정희 시기 민족주의 연구(7장, 8장 등 크게 셋으로 나뉜다.
먼저 군정의 담론과 정책에 주목한다. 그동안 박정희 시기의 군정기 연구는 쿠데타의 원인이나 주도 세력에 집중한 반면 이 책은 군정의 담론과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1장 〈5·16과 군정기 박정희 정권의 담론〉은 군정기를 세 시기로 나눈 뒤 쿠데타 주도 세력이 만들어낸 담론, 곧 반공, 국민도의, 경제발전, 민주주의 등이 지닌 정치적 의미를 분석했다. 2장 〈5·16 군사 정부의 사회 개혁 정책〉은 군정이 야심 차게 추진한 사회 개혁 정책인 농어촌 고리대 정리 사업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이유를 살핀 뒤 재건국민운동이 진행되는 과정과 한국 사회에 남긴 유산을 고찰했다.
둘째, 박정희 신화의 주무대인 유신 시대를 다뤘다. 유신 시대 연구의 공백을 메우려 유신 체제의 구조와 기제 같은 구체적 현실에 주목했는데, 이런 시도를 통해 박근혜 체제의 권위주의 통치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다. 3장 〈유신 체제의 등장과 김대중 납치 사건〉에서는 유신 체제의 등장 원인과 김대중 납치 사건, 긴급조치를 다뤘다. 박정희 정권이 유신 체제를 선포하면서 강조한 국내외 조건, 유신 선포를 정당화하는 논리, 김대중 납치 사건의 구체적 실상, 긴급조치의 등장 원인과 내용을 고찰했다. 4장 〈유신 체제의 구조와 작동 기제〉에서는 정치(대통령 일인 지배의 제도화, 경제(국가의 포괄적 경제 개입, 사회(노동 부문의 배제 영역으로 나눠 유신 체제의 반민주적 성격을 분석했다. 또한 유신 체제의 작동 기제를 ‘한국적 민주주의’, ‘총화단결’과 ‘국력배양’, ‘총력안보’로 구분해 통일주체국민회의, 유정회, 긴급조치, 중앙정보부와 내무부(경찰, 군사 교육, 민방위, 새마을운동, 반상회를 분석했다. 5장 〈긴급조치 9호의 지배 구조와 이데올로기〉에서는 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