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화의 원점, 미즈노 히데코!
한국과 일본 여성만화의 출발점을 논의할 때 필연적으로 만나야 하는 작가가 미즈노 히데코이다. ‘여성 테즈카 오사무’라고도 불렸던 미즈노 히데코는 독자적인 표현양식을 발전시켜 장식미가 풍부한 소녀만화 특유의 조형성을 완성했다고 평가받는다. 괴롭힘을 당해도 꿋꿋하게 노력하는 소녀만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당대 소녀만화의 세계에서, 미즈노 히데코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주도하는 인물들을 그려내며 소녀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소녀들의 이야기를 여성의 로맨스로 확장하고, 여성 주인공이 없는 소녀만화를 연재하는 등 끊임없이 소녀만화의 틀을 깨며 그 방향성을 확립했던 미즈노 히데코의 작품들은 여성만화의 원점으로서 한국과 일본 여성만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자유를 담은 ‘록 음악’ 만화 『파이어!』
소학관만화상 수상작!
1969년에 연재했던 『파이어!』는 ‘록 음악’을 소재로 하여, 60년대 미국을 무대로 젊은이들의 생각과 주장을 적나라하게 그려내서 독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던 명작이다. 여성 주인공과 로맨스 없이 남성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며 반항과 음악을 향한 질주를 담은 『파이어!』는 일본의 만화 전문가들이 록 만화의 뿌리로 꼽는 작품이다. 필압으로 조절한 펜 선의 굵기, 컷의 프레임을 넘나드는 작화 등 록 음악의 리듬과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독자적인 기법은 많은 독자들이 『파이어!』의 세계에 몰입하게 만든다. 여러 작가들이 이 작품을 보고 충격을 받아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전해질 만큼, ‘만화 역사의 터닝포인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전 명작 『파이어!』는 한국과 일본 여성작가들의 만화에 등장하는 록 음악의 원형으로서, 그 가치는 앞으로도 바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