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99와 레벨 1이 싸우는 게 과연 공평할까?
‘슈퍼레전드최강전사민준’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주인공은 험난한 여정을 거쳐 99레벨이 되었습니다. 알몸으로 어둠의 숲을 지나 검과 갑옷을 찾고, 두려움을 이기며 용의 불길을 뚫고 높은 탑에 올라 멋진 방패까지 얻었지요. 어려운 미션도 침착하게 달성하여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황금 레이저 활과 전투 모자를 손에 넣었으며, 마침내 99레벨이 되었을 때는 하늘을 나는 로켓 신발까지 장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100레벨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전사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합니다. 게임 캐릭터 ‘슈퍼레전드최강전사민준’의 생애 첫 결투가 막 시작되려고 합니다.
앗, 그런데 그의 앞에 나타난 상대 ‘메가파이터대마왕수홍’은 검도 갑옷도 없는 레벨 1의 초짜입니다. ‘어마어마한 무기와 아이템으로 무장한 레벨 99의 전사가 알몸의 꼬맹이와 싸운다면 비겁한 일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은 초짜 상대를 가볍게 싸워 이기는 대신 마음속에 떠오른 물음과 마주합니다. 그리고 새로 만난 상대가 검과 갑옷과 방패와 활을 얻을 수 있도록 자신이 헤쳐 온 여정으로 안내하지요. 둘의 결투는 서로 공평한 상대가 된 뒤에 다시 하기로 약속하고 말이에요. 낯선 길은 앞장서 주고, 어려운 문제는 힌트를 줍니다.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하고 뒤를 든든하게 지켜 주기도 해요. 혼자였을 때 험난했던 그 길은 둘에게 영광으로 가득한 승리의 길이 됩니다.
드디어 똑같이 완벽한 아이템을 장착한 99레벨의 모습으로 마주한 두 캐릭터는 결투를 벌이려고 하지만…… 이미 경쟁보다 달콤한 협력의 맛을 알아 버린 뒤였지요. 둘은 상대방을 적으로 여길 때보다 친구로 여길 때 훨씬 재미가 있다는 걸 깨닫고 결투를 포기합니다. 그렇다면 싸우지 않아도 ‘레벨 업’을 할 수 있을까요? 작가는 독자들에게 ‘그건 해 봐야 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게임 종료’를 선언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기지 않더라도 결말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요.
나랑 함께 가자, 내가 도와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