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철학하는 사르트르, 니체, 바르트
이 책은 1장 프롤로그, 2장 사르트르, 3장 니체, 4장 바르트, 5장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각 장에서 성실한 연구자의 직관과 상상력, 그리고 음악가로서의 소양을 동원해 문학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답한다.
교회 오르간 소리로 처음 음악을 접한 그에게 음악은 구토를 유발할 뿐이었다
대표적인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무신론자 사르트르. 그에게 피아노는 시간성의 창문이었다. 자신의 시대에 속하고 싶은 욕망과 자신의 시대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을 동시에 지녔던 그에게 피아노는 엇박자(오프비트로 진행하는 현실 세계와 상상의 세계를 잇는 다리였으며 일시적인 멈춤이었고 불규칙한 심장박동이었다. 약의 힘에 의존해 밤낮없이 글을 쓰던 때에도, 종전 후 본격적으로 도래한 냉전 시대 속에서 현실 정치에 깊이 관여하던 때에도, 사르트르는 피아노 연습을 쉬지 않았다. 피아노는 그를 특별한 시공간으로 데려다 주었고,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은 물론 젊은 시절의 어머니, 시몬 드 보부아르, 수양딸 아를레트 등 자신이 아꼈던 여인과 만났다.
바그너라는 맹독에 중독됐던 니체, 그를 치유한 세 가지 해독제
니체를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라고 할 수 있을까? 놀라운 연주 실력으로 주위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는 기록과 생전에 70곡이 넘는 곡을 작곡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봤을 때 니체에게 피아노는 글을 쓰고 남는 시간에 즐겼던 곁다리 취미가 아니었다. 그 자신도 스스로를 음악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음악적 성취로 세상의 이목을 끄는 데는 실패했고, 어느 유명 음악가로부터는 음악계를 떠나 철학에만 전념하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때부터 토리노의 ‘그 사건’으로 정신이 완전히 붕괴되기까지 니체의 우울과 방황은 계속된다. 정신병원에 갇혀 삶을 마감하기까지 그의 마지막 11년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눈을 감기 직전까지 피아노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니체에게 피아노는 병든 육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