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설계하고 이리저리 개입하는
맞춤형 ‘타임 라이터’가 있다면?
이 만화는 “현재-근미래-원미래” 3가지 시점을 기반으로 흘러간다. 현재는 2010년대, 만화가 1208의 젊은 시절을, 근 미래는 2040년대, 1208의 치매를 앓는 노년 시절을, 원 미래는 여러 차례의 인류 교체 후, 과거를 유흥거리로 즐기는 미래인들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초반부는 현재 시점, 신비주의 만화가 1208의 웹툰 시장 진출과 그에 따른 갈등을 그린다. 출판사 편집자 백 팀장은, 실력은 있지만 성실하지는 않은 1208의 작품 활동을 독려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던 중, 빈센트 반 고흐 피규어의 모습을 한 인물이 등장,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밝힌다.
하지만 알고 보니 1208은 근 미래에 치매 환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백 팀장은 출판사 편집자가 아니라, 다른 미래의 타임 라이터였다. 백 팀장은 1208에게 빨간 알약을 주면서 자살할 것을 부추기지만, 1208은 이를 거부하고 남은 기억을 끌어모아서 마지막 작품을 써내려간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타임 라이터’라는 직업이 특히 흥미로운데, 재구성한 과거를 즐기는 그들의 문화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유한한 창작자의 불멸에 대한 동경과 집착,
그래서 끝나지 않은 이야기
만화가 1208의 인생은 그 자체로 기묘하고 독특하다. 그의 이야기는 창작물을 통해 풀려나가며, 그 과정에서 ‘죽음’이란 주제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한다. 죽음은 단순히 생명의 종결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죽음 역시 면할 수가 없다. 작중에서 죽음이란 한 개인 역사의 죽음이기도 하고, 예술적인 죽음이기도 하고, 심지어 단순한 오락거리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죽어왔지만 죽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그 사실이 이 책을 있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진정 죽음이란 과연 무엇인가? 작가는 그것을 스스로에게 묻고, 독자들에게도 그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