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투영한 아름다운 1인칭 동화
읽다 보면 새러 아줌마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금세 알게 되지요. 새러 아줌마는 꽃과 책을 좋아하고, 동물에게 친절하고, 수영도 잘하고, 지붕도 잘 고치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여름 노래도 불러주지요. 어떻게 알았느냐고요? 애나가 본 것을 보고, 애나가 들은 것을 듣고, 애나가 한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 새러 아줌마에 관해 저절로 알게 됩니다.
이런 게 바로 ‘1인칭 시점’입니다. 1인칭 시점이란 소설에 나오는 ‘나’라는 존재가 이야기한다는 뜻이에요. 이 동화에서는 ‘나’는 ‘애나’입니다. 작품 끝까지 읽어도 ‘나’라는 표현이 안 나오면 1인칭 시점이 아니지요. 이 작품은 1인칭 시점 중에서도 ‘1인칭 관찰자 시점’입니다. 어린 애나가 이야기해주는 탓에 서술의 범위가 제한되지만, 그만큼 독자는 상상의 폭은 넓어집니다.
“사람은 언제나 뭔가를 그리워하며 살죠. 어디에 있는 말이에요.”
매기 아줌마가 말했다.
나는 아빠와 매슈 아저씨, 그리고 칼렙이 일하는 모습을 내다보았다. 다리에 뭔가가 스치는 것 같아서 내려다보니 닉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네가 없으면 나도 네가 그리울 거야. 정말이야.”
나는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녀석의 귀를 긁어주며 속삭였다.
“닉, 난 엄마가 보고 싶어.”
- 본문 중에서
우리는 애나와 귀로 매기 아줌마의 말을 듣고, 애나의 눈으로 식구들이 일하는 모습을 봅니다. ‘1인칭 시점’에서는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오직 한 명이어야 합니다. 애나가 아닌 칼렙이나 아빠의 생각이 나오면 ‘1인칭 시점’이 아니랍니다.
이 동화는 아주 잘 쓰인 ‘1인칭 관찰자 시점’ 동화입니다. 애나의 관찰만으로 충분히 서서히 익어가는 가족애를 볼 수 있어요. 또, 애나가 새러 아줌마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감 있게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동화와 같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의 우리나라 작품으로는 김동리의 ≪화랑의 후예≫,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