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언어
프롤로그
1부 메뉴의 모험
-식탁 위에 펼쳐진 세계지도
1 메뉴 고르기
-메뉴판 앞에서 당황하지 않는 네 가지 방법
2 앙트레Entree
-프랑스어로 보는 요리 지위의 변천사
3 피시앤드칩스
-이민의 역사를 담은 한 접시의 음식
4 케첩과 칵테일
-세계경제를 지배한 강대국의 상징
5 와인과 토스트
-축배toast의 문화사
6 칠면조turkey의 세계 여행
-추수감사절 음식에 담긴 고난의 맛
2부 미식의 말들
-내 입맛이 말해주는 모든 교양
7 섹스와 스시, 마약과 정크푸드
-맛집 리뷰로 본 긍정의 심리학
8 포테이토칩의 서로 다른 유혹
-과자 포장지 홍보 문구에 담긴 계급의 사회학
9 밀가루flour와 꽃flower, 소금salt과 계절season
-미식의 지혜가 담긴 언어의 역사
10 마카롱의 유행
-마카로니에서 마카롱까지, 고급 취향의 대중화
11 여름의 맛, 셔벗
-불꽃놀이에서 탄생한 아이스크림의 과학
12 크래커, 더 맛있는 소리
-브랜드네이밍에 숨겨진 음운학적 마케팅
13 디저트의 즐거움
-맛 이상의 맛, 퀴진 문법을 깨는 일탈의 미학
에필로그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강대국의 상징, 케첩의 사연을 쫓다
-음식 이름으로 떠나는 요리인류의 지적 대모험
케첩을 만들어 먹는다고?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차줌마’는 토마토케첩을 뚝딱 만들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우리에게는 사 먹는 게 당연한 가공품이 한 배우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지는 영상을 보며 우리는 놀라워했고 열광했다. 《음식의 언어》는 바로 이 토마토케첩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는 왜 케첩이라는 말 앞에 꼭 ‘토마토’를 덧붙일까? 토마토를 굳이 붙이지 않아도 케첩을 토마토로 만든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데 말이다. 댄 주래프스키는 이 사소한 질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언어학적으로 치밀하게 탐구해낸다. 결론은? 케첩은 미국이 아닌 중국 음식이었다는 것, 그리고 주재료는 토마토가 아닌 생선이었다는 것!
그렇다면 토마토도 들어가지 않았던 중국 전통의 생선 소스가 어떻게 미국 국민소스로 둔갑했을까? 주래프스키는 전투 중인 한무제를 사로잡았던 강렬한 맛의 기록에서부터 대항해 시대에 해적과 선원들이 변주했던 케첩의 칵테일 버전, 제인 오스틴이 즐겨 먹었던 호두케첩 레시피,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후 저장성을 높여 상품화시킨 오늘날의 토마토케첩까지 케첩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수천 년 모험의 역사를, 전통 없는 한낱 가공품 소스로 보였던 케첩이 실은 위대한 문명의 모태에서 만들어진 훌륭한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케첩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국민음식으로 여겨지는 피시앤드칩스, 그저 구운 빵일 뿐이었던 토스트, 이국의 추수감사절 요리인 칠면조, 흔하디흔한 밀가루와 소금, 현대 과학의 부산물인 듯한 아이스크림에 담긴 흥미진진한 사연과 그 매혹적인 여정을 함께 거치고 나면 이제는 그 음식들을 예전처럼 보기 어려울 것이다.
[삼시세끼]의 미학 중 하나는 평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토마토케첩이나 빵, 어묵 같은 음식들을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먹는 것들은 어떤 사소한 음식이라도 그들만의 오랜 사연을 품고 있는 인류 문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