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공기주머니 : 행복연구소
저자 엘라 사리, 안비
출판사 리앙(Rien
출판일 2023-11-20
정가 10,000원
ISBN 9791197142925
수량

1.율 - 엘라 사리
2.한나 - 안비
3.율 - 엘라 사리
4.한나 - 안비
5.율 - 엘라 사리
6.한나- 안비
7.율 - 엘라 사리
8.한나 - 안비
9.율 - 엘라 사리
10.아미타 - 안비

책 속에서

어느 날, 신부님이 이런 질문을 했다. “네가 입양아라는 걸 언제 처음 알았니?” 나는 신부님을 쳐다보고, 그의 하얗고 아름다운 두 손을 쳐다보고,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내 두 손을 쳐다보았다. 이렇게나 손 색깔이 다를 수 있다니. 그보다 참 이상한 질문이었다. 내가 입양아라는 걸 언제 처음 알았냐고? 그걸 모를 수가 있나?
--- p.7

그중에서 내가 맡은 일은 그리움의 영혼을 수거하는 것이었다. 온종일 분홍색 슬라임 같은 영혼을 수거하고 나면 손에서는 달큰하고 씁쓸한 냄새가 났다.
--- p.41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면 직접 해 보는 게 어때요? 부모 없는 아이들을 대신해 결정을 내리는 건 언제나 너무 쉬운 일이죠!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살게 될지는 누가 알아요? 증거가 있나요? 그리고 어째서 어린이의 기억과 정체성을 지우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거죠? 어른의 것은 그대로 두면서요? 최악의 범죄자들도 사는 동안 자신의 기억을 간직할 권리가 있잖아요. 하지만 어째서 힘없는 어린이들만 그 어떤 어른도 지나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그런 구역질 나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건데요?”
--- p.53

나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편안한 기분에 빠진다. 물속에 완전히 잠긴 몸은 마치 무중력에 빠진 것 같다. 해저 통로의 어둠 속으로 진입하는 와중에도 조금의 두려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잠수복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와 우리 주변으로 초록색의 빛무리를 그린다. 그렇게 마치 어린 시절의 모든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그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두려워했던 날들이 아득히 멀어진다. 나를 짓뭉개고 시꺼멓게 태워버리는 와플 기계에 들어가 맛있는 간식으로 구워져야 한다는 의무감 따윈 더는 없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인지도 알 필요가 없다. 이상하게도 아미타를 찾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이제 내게 중요한 것은 그뿐이다.
--- p.9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