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감정의 다양한 역사들
저자는 시대와 역사를 망라하여 일어난 정서적 삶의 모든 것을 한 권의 책에 다 담을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시대·역사적 시점에 두드러지는 특성들을 선별적으로 다루었음을 밝히면서 “이 책은 어떤 면에서는 특정 시대와 장소를 대변하는 정서의 양식과 실체의 단면을 장별로 나누어 보여줬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시대
별 정서 생활의 언어와 경험의 전반적인 변화를 그리스에서 로마로, 르네상스 시대의 피렌체와 파리의 살롱가 그리고 런던의 산업 및 과학 분야로 옮겨가면서 감정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조망한다. 그러한 조망의 영역과 중심 내용을 요약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장 ‘고대 그리스의 격정적 감정들’에서는 과거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친숙하고 전혀 복잡하지 않을 것 같은 분노, 공포, 수치심, 행복이라는 네 가지 감정을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통해 설명한다. 저자는 그리스 문학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감정의 실체에 비해 우리가 그 의미를 너무 모호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지적한다.
2장 ‘수사적 표현의 힘과 그 영향력’에서는 고전 시대의 아테네와 로마 제국, 북아프리카를 비롯해 초기 기독교 국가까지 이어지는 고대 세계의 수사적 지식이 신체적, 사회적 실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어떤 감정은 저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정당화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정당화는 수사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문헌과 사상에 나타난 질병, 피, 육식, 죄, 혐오와 관련된 수사적 특징을 통해 밝히고 있다.
3장 ‘사랑이란 감정과 군주의 책략’에서는 중세에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육체적, 영적, 사회적 요인들을 살펴본다. 12세기 독일의 관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영혼의 촉촉함에서 시작해서, 르네상스 피렌체의 사랑의 정치를 살펴보고, 데카르트의 기계론을 아우른 다음,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