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횡무진 증식하는 머릿니들,
라푼젤의 정수리에 제국을 건설하다
깊고 깊은 숲속, 높고 높은 성안에 살고 있는 라푼젤은 공주라면 꼭 머리를 길러야 한다는 아빠의 잔소리가 늘 못마땅하다. 긴 머리가 거추장스럽고 불편하다며 투덜대는 라푼젤을 달래며 왕은 이렇게 말한다. “다 널 위해서야. 이건 네 몸에 달린 밧줄이자 무기라고.” 왕은 세상이 얼마나 험한 곳인지를 라푼젤에게 끊임없이 주지시킨다. 어느 날, 성에 위험이 닥쳤다는 경비병의 다급한 전갈에 왕은 걱정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라푼젤이 머리를 길러야 할 합당한 이유가 생겨서 내심 기쁘다. 하지만 경비병에게서 위험한 존재들의 정체를 듣는 순간 왕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 정체는 바로 숲속 최악의 존재로 어디든 한 번 나타났다 하면 잊을 수 없는 존재감의 씨앗을 온 사방에 뿌리고 다니는 머릿니였다. 라푼젤의 머리카락 속에 둥지를 튼 머릿니들은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나 가족을 이루고 점점 더 늘어나 마을을 세우더니 마침내 머릿니 제국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다급해진 왕은 라푼젤의 머릿니를 없애 주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노라 공고문을 크게 내건다. 소식을 듣고 각종 동화 나라의 캐릭터들이 모여든다. 일곱 난쟁이의 뒤치다꺼리에 이골이 난 백설 공주는 환상의 빨래 실력으로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을 박박 빨아 머릿니를 퇴치해 보려 한다. 하지만 머릿니들은 오히려 세탁물을 이용해 세차를 하고 워터파크를 만들어 여름 놀이를 즐긴다. 눈의 여왕이 머릿니들을 모조리 얼려 보려고 해도, 엄지 왕자가 머릿니들의 왕국에 들어가 머릿니들을 회유하는 일에도 실패하자 하멜른에서 온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선다. 왕은 그동안 피리 부는 사나이의 거지꼴 같은 행색이 마음에 들지 않아 번번이 쫓아내던 차였다. 피리 부는 사나이가 피리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머릿니들이 줄줄이 소환된다. 과연 라푼젤 공주의 머릿니 소탕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공주라면 다 머리가 길어야 한다고요?
위험에 빠지면 기사가 구해줄 때까지 기다리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