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오래 전 북송대北宋代 철학자 장재張載의 대표적 저서인 ??정몽正蒙??을 완역하여 출판한 적 있다. 그 동기의 출발은, 북송대北宋代의 철학이 남송대南宋代의 주희朱熹의 학문, 즉 ‘주자학朱子學’의 시각에 의해서 해석되어, 그 철학의 본래 모습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은 아닐까, 나아가 주자학의 색안경을 낀 관점으로 왜곡되기까지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서였다. 그래서 주자학이란 이름으로 대표되어 온 ‘성리학性理學’의 전반적 실체 역시 이러한 상황에 영향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생겼다.
그래서, 북송대에 시작되어 남송대에 종합된 성리학을 그 발생에서 종합의 과정까지 그 진면목을 바로 알려면, 그 과정을 추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북송대의 성리학을 주희의 관점이 개입되기 전의 원초적 상태부터 재검토해야, 북송대 성리학의 본질과 그 실체를 바로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자학에서 인용된 북송대 성리학자들의 철학적 견해와 주희의 견해를 명확히 분리하여, 어디서 어디까지가 북송대 학자들의 것인지, 또 어디서 어디까지가 순수한 주희, 즉 주자의 성리학적 요소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이러한 마음으로 북송대 철학자들의 사상을 그 자체로 파악하는 연구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그 가시적 성과의 하나로 나온 것이 장재의 ??정몽?? 번역이었다. 당시 ??정몽??을 우선적 번역 대상으로 삼은 것은, 개인적으로 ‘기氣’의 철학에 관심이 컸고, 더불어 한의학, 천문역법 등 동양의 전통적 자연과학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전자와 후자는 동양의 문화 속에서(엄밀히 말하면 동아시아의 문화 속에서 ‘기氣’라는 공통 요소를 중심으로 서로 관련이 있으면서, 그 학적 체계 전반적으로도 표리관계에 있다.
이렇게 시작된 북송 철학자들에 대한 연구는, 장재 철학에 대한 논문을 시작으로, 주돈이周惇?, 소옹邵雍, 정호程顥, 정이程? 등 북송 성리학자들에 대한 연구 작업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성리학 범주 밖의 사마광司馬光과 왕안석王安石과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