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히 일만 하는 어머니와
태어날 때부터 게으른 아들
어머니의 눈에는 자식이 늘 안쓰럽기만 합니다. 어떤 일이든 막힘없이 척척 해내는 자식도 걱정이 되고 못내 마음이 쓰이지요. 하물며 무엇 하나 신통한 구석이 없는 자식은 오죽할까요? 게다가 천성은 좀 게으른 것이 아니어서 꾸짖고 매를 들어도 뺀질대며 뒹굴뒹굴 집 안을 굴러다니기만 한다면 말이에요. 한편으로는 아들이 밉기도 하겠지만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갈 거예요. 《게으름 귀신 쫓은 팥죽 한 그릇》 속 어머니가 꼭 그랬지요.
전주 석소마을의 ‘팥죽뱀이’라는 곳에는 열심히 일만 하는 부지런한 어머니와 태어날 때부터 게으른 아들이 살고 있었어요. 아들은 앉으나 서나 제가 좋아하는 누룽지만 씹으며 뒹굴거렸어요. 보다 못한 어머니가 아궁이에 장작을 마구 넣어 방바닥을 뜨겁게 달구자 이불을 높이 쌓고 올라가 눕는가 하면, 어머니가 나무를 베어 그늘을 없애 버리자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며 누웠답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귀신이 붙었다고 여겼어요. 바로 ‘게으름 귀신’이요.
무엇을 해도 아들이 달라지지 않자 어머니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어요. 울음소리를 듣고 한 처녀가 다가왔어요. 사정을 듣고는 귀신을 쫓는다는 팥죽을 건넸지요. 팥죽 맛은 기가 막혔어요. 아들은 팥죽을 단숨에 먹어 치우고는 더 달라고 성화였지요. 하지만 게으른 성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결국 어머니는 아들 걱정만 하다 눈을 감았어요.
어머니를 잃은 슬픔도 잠시, 아들은 팥죽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자려고 누우면 천장에 팥죽이 둥둥 떠다니고, 뒷산 소쩍새는 “팥죽!”, “팥죽!‘ 하고 우는 것만 같았지요. 고민하던 아들은 마을에 소문을 냈어요. 팥죽을 맛있게 쑤어 주는 사람에게 논 한 마지기를 주겠다고요.
아들네 집은 논 한 마지기를 얻으려고 팥죽을 들고 온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들고 온 팥죽은 아들이 전에 맛보았던 팥죽이 아니었어요. 코처럼 쭈우욱 늘어지는 죽, 떡된 죽, 싱거운 죽, 짠 죽, 텁텁한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