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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한양의 도시인 : 선비는 연애하고 노비는 시를 짓네
저자 안대회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2-11-25
정가 16,000원
ISBN 9788954689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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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감각과 취향의 시대
미식가 심노숭과 서울의 맛
명품과 사치
취미의 발견

2부 마이너 시민의 부상
도회지를 어슬렁거리는 똑똑한 백수 양반
공부하는 보통 사람
노비 시인 정초부

3부 도회지 골목 사람들
남휘와 비구니, 금기를 깬 연애 시대
윤기가 묘사한 상업도시 서울의 음지
조수삼이 그린 시정의 인간군상
〈성시전도〉와 한양의 도시인
탐식가 심노숭

까탈스런 심노숭은 서울 맛만 좋아했다. 그는 진심어린 탐식가였다. 여행중이라 한동안 면을 먹지 못하자 월정사에서 직접 국수를 뽑아 먹으려 시도할 정도였다. 그는 맛과 같은 감각적 쾌락을 저급하다 여기지 않고 적극 표출했다. 서울 스타일의 음식맛을 자각한 식도락가이자 음식 비평가로 다양한 음식을 품평했다. 메밀국수를 좋아했다. 고기는 다 좋아해서, 각종 일기에 고기를 향한 탐욕을 고스란히 기록해두었다. 오래 먹을 수 있는 밑반찬으로 장조림을 늘 준비해뒀고, 개장국을 사철 즐겼으며, 닭국과 꿩고기를 자주 먹었다. 평양의 오수집 고기맛을 섬세하게 묘사했고, 특별히 난로회 요리를 좋아했다. 그가 즐긴 난로회에서는 벙거짓골에 소고기를 구워 먹고 신선로까지 곁들인 것으로 보인다.

욕망 긍정, 솔직하게 밝히는 게 뭐 어때서

한시에서 결핍된 것은 유독 사랑이었다. 하지만 18세기에 귀공자 남휘와 비구니의 연애를 노래한 애정가사 「승가僧歌」 세 편이 대중을 사로잡는다. 이미 혼인한 부자 양반 남휘와 출가한 여승의 사랑을 그린 가사다. 조선시대 사회의 관습과 전통은 젊은 남녀의 자유연애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편의 감정은 금기에 맞선다. 「승가」에는 금지된 연애 실화가 깔려 있고, 젊은 도시 남녀의 욕망이 표출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남휘가 대부업으로 치부한 양반이며 여승을 유혹할 때도 호강시켜주겠다고 거듭 강조한 대목이다. 남휘가 비구니에게 자기에게 오라고 설득하는 대목 중 일부다.

고사리 삽주 나물 맛이 좋다 하거니와
염통산적 양볶이와 어느 것이 나을손가.
모밀잔의 비단끈을 종요롭다 하거니와
원앙침 호접몽이 어느 것이 좋을손가.

절에서 먹는 푸성귀도 맛이 좋기야 하겠지만 염통산적이나 양볶이 같은 고기 요리만 하겠는가? 혼자 지내는 것보다 신혼의 단꿈이 훨씬 더 낫지 않은가? 남휘는 물질적이고 현실적인 쾌락으로 비구니를 설득했다. 비구니가 남휘의 구애를 받아들인 데 낭만적 사랑이 없지는 않으나 현실적 부귀영화를 약속하는 유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