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기 넘치는 매력적인 대혼란과 사연 가득한 물건들
일상, 우정, 어지르기라는 뚜렷한 주제를 담은 이야기에 몽상적인 구성과 목가적인 그림들, 《대혼란》은 ‘현대 그림책 장인’으로 평가받는 키티 크라우더답게 지극히 평화롭고 고즈넉하고 내밀한 아름다운 그림책이다. 가느다란 선으로 만들어내는 풍부하고 섬세한 데생에 한없이 다정한 글로 큰마음 먹고 집을 정리하는 에밀리엔의 엿새 동안의 시도를 펼쳐나간다. 뒤죽박죽 어질러진 집에 실바니아의 방문으로 시작하여, 막막함과 한숨이 드디어 결심으로, 그 씩씩한 정리 계획이 산책이나 물놀이로 미뤄지거나 지난하게 하지만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 친구에 대한 엄청난 발견으로 이어지기까지.
세 가지 생활 방식. 삶은 어디에 있을까?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며 정리할 짬을 못 내는 에밀리엔과 반대로 지나치게 정리정돈을 하는 실바니아. 그 사이에 미크가 있다. 세 친구의 질서 혹은 무질서를 가까이 들여다보면,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정리하고 간직하고 아끼며 살아간다. 미크에게는 조그만 물건들이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을 지닌 사연의 조각들이고, 에밀리엔에게는 그리운 할머니를 다시 만나게 해 주는 소중한 추억이며, 실바니아에게는 싫증 나면 눈앞에 안 보이게 감춰두는 대상이다.
모든 것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온종일 쓸고 닦으며 은연중 다른 사람에게 비난의 시선을 보내는 실바니아.
온갖 물건을 어질러 놓고 자유롭게 사는 에밀리엔. 뭐 하나 찾으려면 한참 걸리고 끝내 못 찾기도 하지만 뭐 어떤가. 그냥 다른 물건을 쓰면 되는데.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지.
에밀리엔보다 세 살 많은 미크. 삼 년 동안 먹은 밥, 밤에 꾼 꿈, 입 밖에 낸 어마어마한 말의 수만큼 현명한 걸까. 물건마다 그것을 발명해서 만들어 준 사람과 사연에 귀를 기울이니 그 어떤 물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의도된 몽상과 교차와 섞임…… 이야기는 처음과 중간과 마지막에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오가고 물건의 일대기가 들어가고 꿈이 나오며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