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냐! 저것이냐! 문헌의 독특한 조합
‘철학자’라 하면 보통 어렵고 난해한 서술만 되풀이하는 고지식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다. 그러나 그들은 철학자이전에 한 인간이며, 그들이 느끼는 희로애락은 보통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디오게네스는 이에 주목하여, 철학자들 각자의 ‘학설’이 아닌 ‘생애(전기’를 쓰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그리스철학자열전》에는 ‘어느 누가 어떤 책 가운데에서 말하는 바에 따르면’과 같은, 선인들의 책에서 인용했음을 알리는 부분이 많이 있다. 또 250여 명의 지은이에 대해 1000번 이상의 언급이 있고, 350권이 넘는 책이 문헌으로서 거론된다. 디오게네스는 이처럼 수많은 사료를 참고하고 종합하여, 쉽게 대하기 어려운 철학자라는 존재에 독자들이 한층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디오게네스는 까다로운 철학 학설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행동이나 말, 잡담’쪽을 기술하는 것이, 철학자로서의 인품이나 풍모를 명확히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철학을 배워서 무엇을 얻었는가’라는, 당시 자주 철학자들에게 던져진 질문에 대한 아리스티포스(제2권 68절와 디오게네스(제6권 63절의 대답을 보면, 그 말 속에 이 두 철학자의 인간상이 선명하게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마치 풍자만화가가 어느 인물의 얼굴을 과장?변형해서 그린 그림이, 그 인물의 특징을 단번에 보여주고 있는 것과 같다.
철학자들 ‘학설’과 ‘생애’의 조화
이른바 학문이 된 철학은 무미건조하고 난해한 학설의 나열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정작 그 철학을 펼친 철학자 자신의 인간상에는 무관심한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그리스철학자열전》을 쓴 까닭은 그리스 철학자들의 철학을 우리에게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철학자들 그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데 의도와 목적이 있었다. 그 까닭은 지은이 디오게네스 자신이 철학자가 아니고 철학 애호가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전문 학자가 아닌, 일반적인 교양을 추구하고 있는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