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리오 7세부터 히틀러까지 의외성 가득한 변화의 주체
『변화의 세기』는 세기별 변화의 주체가 누군지 분명하게 제시함으로써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사회사에 읽는 재미를 더한다. 각 장의 마지막 부분마다 변화의 주체 1등을 정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예상 가능한 변화의 주체들이 후보로 언급되지만 결정 과정에서 상당수가 탈락해버리고, 이 의외성이 『변화의 세기』를 흡인력을 갖춘 새로운 역사 콘텐츠로 만든다. 특히 11세기의 그레고리오 7세, 12세기의 피에르 아벨라르, 13세기의 인노첸시오 3세, 14세기의 에드워드 3세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들이지만 이들의 결정적 활약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레고리오 7세는 교황의 목소리를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목소리로 바꾸었으며, 피에르 아벨라르는 종교적 믿음에 합리적 의심을 더함으로써 신학의 탄생에 큰 공헌을 했다. 신을 믿지 않는 저자가 전반부를 종교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운 것은 서양사에서 로마 가톨릭과 기독교를 빼고는 어떠한 담론도 성립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종교는 당시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에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한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민중의 삶에 주목하는 서술 태도를 잃지 않는다. 교황 인노첸시오 3세는 탁발 수도사들을 받아들여 종교 확산에 기여했고 모든 성당에서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게 하여 문해력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혁명적 변화였다. 변화의 주체 중 유일한 왕인 에드워드 3세의 경우 민족주의를 자극해 서양 세계의 분화와 결속을 가속시켰다 궁수를 양성해 기마병에 맞서 승리함으로써 전쟁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기도 했다. 그에 대한 묘사는 탁월한 영국사가로 인정받고 있는 저자의 특기가 잘 드러나는 이 책의 백미다. 생소한 인물의 생애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어 강의 한 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는 느낌마저 든다.
이어지는 변화의 주체들은 15세기의 콜럼버스, 16세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