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명은 Jardine Matheson:Traders of the Far East로 아시아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자딘메시슨사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고찰한 글이다. 이 글의 집필 목적은 자딘메시슨이 설립된 1832년부터 중국 본토에서 축출된 1954년까지, 약 120년이라는 시간에 걸친 기업의 치부(致富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청 제국이 몰락하고 북양군벌의 할거와 국공내전이라는 혼란기를 거쳐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하기까지 중국이 근대에서 현대로 이행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시기적으로는 약 120년이라는 긴 시간을, 공간적으로 영국ㆍ중국ㆍ인도ㆍ일본 등을 넘나들면서 동서양의 무역과 그로 인한 충돌을 그려내고 있다. 자딘메시슨이 동서양을 종횡으로 누비며 직조해낸 역사 위에 19세기 서양인이 처음 맞닥뜨린 중국의 이질적인 정치ㆍ경제ㆍ법ㆍ제도ㆍ문화ㆍ관습 등과 청 제국을 바라보던 서양인의 인식의 변화 과정이 잘 드러난다. 다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가 참고로 한 자료 대부분이 서양의 자료이거나 영국 상인이 소장한 개인 문서이고, 이 글 자체가 자딘메시슨이라는 영국 기업의 입장에서 청 제국 지배계층의 부패와 몰락과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그런 점을 제대로 인지하기만 한다면, 이 책은 아시아의 근대사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이 책은 자딘메시슨사가 1954년 중국 본토에서 쫓겨나는 것으로 끝맺음하고 있다. 그러나 자딘메시슨은 현재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대 국제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다. 자딘메시슨이 홍콩으로 자리를 옮긴 후 중국의 문화대혁명과 개혁개방에 어떻게 대처해 살아남아 현재에 자리매김했는지도 밝혀졌으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