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1. 한국 신화 속 세계의 시작
해와 달이 두 개씩 떠 있는 세계 ≫ 새로운 세계의 시작 ≫ 대별왕 소별왕 쌍둥이의 대결 ≫ 속임수로 얻은 꽃 ≫ 노래에서 태어난 인간 ≫ 미륵과 석가의 세상을 건 내기
2. 세상의 끝 원천강을 향한 여정
시계에 갇힌 시간 ≫ 아이의 이름은 오늘 ≫ 흰 모래땅, 누런 모래땅, 검은 모래땅 ≫ 십 년째 계속되는 내일 ≫ 원천강,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 ≫ 오늘에게 던져진 물음, 우리의 삶
3. 운명의 신 가믄장아기
운명처럼 찾아온 만남 ≫ 굴러가는 운명의 수레바퀴 ≫ 공허한 현재와 망각된 과거 ≫ 운명의 길 위에 선 가믄장아기 ≫ 환대가 낳은 인연 ≫ 눈을 뜨고 바라보는 새로운 세상
4. 마마신을 굴복시킨 삼승할망
뒤늦게 얻은 자식 ≫ 생불왕이 된 동해용왕의 딸 ≫ 또 한 명의 생불왕 ≫ 사만오천육백 개의 가지에서 피어난 꽃 ≫ 삼승할망과 저승할망의 갈림길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두 가지, 호환과 마마 ≫ 질병에 맞서는 생명의 분노 ≫ 우리 모두의 어머니, 대지의 여신
5. 바리데기, 버려진 자에서 버린 자로
점쟁이의 마지막 말 ≫ 버려진 아이 바리데기 ≫ 재회, 또 다른 여정의 시작 ≫ 죽음의 땅 서천서역국을 향하여 ≫ 저승의 강과 무지개 다리 ≫ 저승의 문지기가 요구한 약값 ≫ 버려진 자와 스스로 버린 자
6. 의지적인 삶의 표상 자청비
그리스의 헤르메스와 한국의 자청비 ≫ 자청해서 낳은 딸 ≫ 자청비의 거짓말 ≫ 이별과 새로운 약속 ≫ 정수남의 거짓말 ≫ 같은 날 태어난 둘의 엇갈린 행보 ≫ 가련하다 자청비, 자청하다 자청비 ≫ 수수께끼와 시험 ≫ 비바람을 견딘 곡식의 신
7. 우리 신화 속으로 들어온 타자들
신화와 타자의 상상력 ≫ 용왕의 아들, 처용 ≫ 강 건너 찾아온 세 손님과 철현도령
8. 집, 한국 신화 속 신들의 거처
집을 지키는 신들 ≫ 무너진 하늘을 고치는 목수 ≫ 금기를 어긴 황우양 ≫ 가죽만 남은 끈, 깃만 남은
삶과 죽음, 신과 인간, 선과 악,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는 곳, 한국 신화의 세계
한국 신화의 주인공들은 수시로 죽음을 넘나든다. 웹툰과 동명의 영화 〈신과 함께〉, 만화 〈신비아파트〉에서도 각색되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강림은 본래 이승의 관장이었다. 그는 원님의 명을 받고 염라대왕을 잡기 위해 저승으로 떠난다. 부모의 병을 고칠 약을 찾기 위해 떠난 바리데기 역시 저승을 향한다. 산 사람이 저승에 다녀오는 것은 물론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경우도 흔하다. 삶과 죽음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한국 신화의 신은 본래 인간인 경우가 많다. 아이를 점지해 주는 삼승할망도 풍요의 신 자청비도 운명의 신 가믄장아기도 본디 인간이었다. 선악의 구분 역시 희미하다. 생불왕의 지위를 놓고 다투던 명진국따님과 동해용왕의 딸은 각자에게 삼승할망과 저승할망의 역할이 주어지자 이별주를 나누어 마시고 헤어진다. 훗날 조왕신이 되는 여산부인을 죽인 노일제대귀일의 딸조차 화장실의 신 측신의 지위에 올려놓는 게 한국 신화의 세계관이다. 이처럼 한국 신화에서는 삶과 죽음, 신과 인간, 선과 악,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다.
대결은 언제나 꽃 피우기 내기로
세상의 끝, 저승에 펼쳐진 꽃밭
꽃과 꽃밭, 저승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한국 신화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상징물은 꽃과 꽃밭이다. 천지왕의 아들 대별왕, 소별왕 쌍둥이는 이승을 차지하기 위해 꽃 피우기 내기를 벌인다. 함경도에서 전해지는 창조 신화 〈창세가〉 속 미륵과 석가도 세상을 다스릴 사람을 가리기 위한 대결로 꽃 피우기 내기를 벌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신(産神 생불왕을 가리는 심판 역시 꽃 피우기 내기로 이루어지고, 부모의 병을 고칠 약을 찾으러 서천서역국에 가는 바리데기는 역경을 이겨 낸 징표로 꽃을 받는다. 꽃은 그 화려함에서 엿볼 수 있듯 생명을 뜻하며 동시에 그것의 연장인 아름다운 삶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것은 아름다운 삶을 상징하는 꽃이 모인 꽃밭이 저승에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