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 직각으로 되어 있고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돈된 집에 살면서,
반듯한 벽과 네모난 창으로 된 건물만 짓던
건축가 위젠느에게 어느 날 생긴 일
위젠느는 건축가입니다. 반듯하게 뻗은 벽과 직사각형 창문으로 되어 있는 집에서 모든 것을 딱딱 제자리에 정리해 두고 살면서, 직선과 네모로만 이뤄진 건물을 짓는 고집스런 건축가였어요. 그래서일까요. 위젠느는 언제나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죠.
어느 날, 그가 짓던 건물 위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어요. 인부들은 당연히 위젠느가 그 나무를 잘라서 치워 버리라고 말할 거라 생각했지요. 위젠느는 직선과 네모만 사랑하는 건축가였으니까요. 그래서 커다란 톱도 미리 준비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위젠느가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이 나무는, 아무도 건드리지 말아요!
이 가지를 봐요.
이 각도를 보라고요. 이 비율을!
정말로 완벽한 나무예요!”
위젠느가 저런 말을 하다니……. 모두들 어리둥절해할 수밖에요. 위젠느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나무와 사랑에 빠진 어느 건축가의
상상 초월 건축 프로젝트
나무를 만난 그 순간, 위젠느는 사랑에 빠지고 만 게 아닐까요. 가지를 뻗는 규칙적인 모양이나 나무들끼리의 의사소통 방법을 비롯해, 많은 과학자들이 오래전부터 나무의 놀라운 비밀에 대해 얘기해 왔어요. 직선과 네모만 사랑하던 위젠느에게도 갑자기 그런 게 보이기 시작한 것 같아요.
위젠느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내 일이 자연을 파괴해도 되는 건가?”
위젠느는 나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어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나무뿐 아니라, 풀과 꽃과 새와 나비와 강아지와 개미와 거미까지 위젠느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지요. 물론 동네 사람들에 대해서도 위젠느는 고민했죠.
‘안에서는 밖이 밖에서는 안이 잘 보이도록 벽에 구멍을 뚫고, 벌레들이 지나갈 수 있게 터널도 내고, 길 잃은 개들이 쉴 수 있게 개집도 짓고,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미끄럼틀과 그네도 달고, 어른들이 아늑한 공상에 잠길 수 있게 의자도 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