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는 핏줄이 있고, 땅 위에는 길이 있어요. 피는 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흐르고, 사람은 길을 따라 어디든지 다녀요. 처음부터 길이었던 곳은 없어요. 사람들이 다니면 길이 되지요.
새 길을 찾으면 세상이 넓어져요. 새 길을 찾으면 새 땅도 찾고, 새로운 사람도 만나게 되거든요. 새로운 생각이나 신기한 물건도 길을 따라 오가요. 아무리 잘 닦인 길이라도 쉬지 않고 갈 수는 없어요. 사람은 지친 다리를 쉬어야 하고, 차는 뜨거워진 엔진을 식혀야 계속 갈 수 있지요. 길이 막히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지요. 차를 타고 다니면 편하고 빠르지만 찻길이 많아지면 동물들이 제집과 길을 잃어요. 차를 타지 않고 느리게 걷는 길에서는 길가에 핀 꽃을 볼 수 있지요. 급하다고 아무 길로나 갈 수는 없어요. 지름길이라고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면 지쳐서 계속 가기 힘들지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조금 돌아가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