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아, 무럭무럭 커서
다시 너희들 세상을 만들어.
나랑 약속해.”
열두 살 금화는 울릉도 마지막 훈장인 할아버지와 둘이서 산다. 떼배(뗏목 사고로 부모님이 죽고 언니인 송화도 결혼해 집을 떠나자 둘이만 남게 된 것이었다. 일본에 의해 서당이 강제 폐쇄되어 살 길이 막막해진 금화네는 할아버지의 애제자와 혼인한 송화네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간다.
송화는 입에 풀칠하기조차 힘이 드는 두 가정을 위해 낯선 물질까지 배운다. 하지만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송화의 남편은 ‘입도금지령’이 떨어진 독섬(독도으로 건너가 미역을 채취하자고 말한다.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가젯값이 폭등하자 일본이 독섬 가제를 잡아가기 위해 입도를 금지시키고, 한 일본인에게 독점권을 주었던 것이다.
삼짇날, 해신제로 섬 전체가 떠들썩해진 시각 금화와 송화네는 몰래 건너간 독섬에서 가제의 실상을 발견한다. 독섬에는 오래전부터 가제가 많았다. 조선 사람들은 가제를 잡지도 먹지도 않았다. 하지만 일본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남획해 일본 연안에서 가제가 사라졌다. 이제는 조선 독섬 가제도 잡아가기 시작했다.
부쩍 줄어든 가제 수에 씁쓸해하던 금화네는 우연히 바위 사이에 끼인 아기 가제를 구해 주고 다친 앞다리를 치료해 준다. 금화는 아기 가제에게 금동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다시 어미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튼튼히 자라 이 바다 저 바다를 헤엄칠 수 있기를 바라며.
『할아버지의 종이상자』, 『왕녀 운모』, 『의병과 풍각쟁이』 등 역사동화 창작에 정진해 온 한은희 작가가 쓴 새로운 장편역사동화이다. 이번 책에서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에 의해 무차별 포획되어 멸종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버린 독도 강치에 관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강치는 독도에서 서식하던 바다사자를 말하며, 울릉도 어르신들은 요즘에도 독도를 ‘독섬’, 강치를 ‘가제’라 부른다. 독도 서도 부근에는 ‘큰가제바위’와 ‘작은가제바위’가 있다. 그런 지리적, 역사적 사실을 볼 때 강치보다는 가제라는 호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