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와 비 내음까지 오감으로 느끼는 공감각적 독서 경험
“아기가 깨지 않게 조용히, 조용히…….” 개구리 군의 초대는 엄마도, 동생도 모르는 이슬이만의 비밀이다. 살금살금 문을 여는 이슬이의 몸짓에서 설렘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래서다. “톡톡톡 비 오는 소리. 즐겁고 즐거운 비 오는 소리!” 신이 난 이슬이가 개구리 군의 노래를 따라 부르자 고양이 미미도, 인형 친구들도 덩달아 우산을 들썩거린다. 친구들의 동행 덕분에 이슬이는 처음 제힘으로 문을 열고 일상의 공간을 벗어나는 것이 두렵지 않다. 개구리 군의 안내로 도착한 숲속에서는 달팽이와 꽃잎 친구들이 아름다운 춤과 연주로 이슬이를 반긴다. 맛있는 도넛과 케이크가 놓인 파티는 특별한 손님을 맞는 환대의 다름 아니다.
“톡톡톡 비 오는 소리”라는 반복되는 노랫소리는 빗소리를 연상케 하며, 숲속을 무대로 펼쳐지는 파티 장면에서는 비 오는 날의 짙은 풀 내음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오카다 치아키는 비 오는 날의 투명한 정경은 물론, 비 갠 후의 눈부신 햇살까지도 고스란히 재현한다.
비 오는 날이 기다려지는 마법 같은 그림책
파티를 마치고 숲에서 나오자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 불어온다. 비가 갠 길섶에는 풀과 꽃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짧은 모험은 끝이 났지만, 이슬이는 실망하지 않는다. 톡톡톡 빗방울이 하나둘 이어지듯, 새로운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슬이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첫 장면과 달리, 책의 마지막 장면은 이슬이의 뒷모습으로 끝난다. 작가는 작은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이슬이의 얼굴을 짐짓 숨겨 두었지만, 이 책을 읽은 어린이 독자라면 이슬이의 표정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누구라도 비 오는 날의 외출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