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온통 아름다운 순간으로 가득 차 있어요.
우리는 그걸 발견하기만 하면 돼요!
마루는 엄마 심부름으로 편지를 부치러 거리로 나옵니다. 거리에는 눈길을 끄는 것들이 많아요. 세탁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알록달록한 세탁물도, 건널목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도, 바람에 낙엽과 함께 나부끼는 비닐들도 아이의 눈에는 아름답기만 합니다. 미술관에는 한창 현대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 눈에는 거리에도 전시가 열리고 있어요. 못 쓰는 소파와 바이올린, 고장 난 악기들이 쌓여 있는 모습은 미술관에서 보았던 작품이랑 꼭 닮았거든요. 마루의 눈에 도시는 커다란 미술관이었어요.
혹시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지는 않나요?
어른과 아이의 서로 다른 시선을 비교해보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2018년 볼로냐 라가치 상 예술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던 작가의 전작 <나의 미술관>에서 보인 대비와 비슷한 방식이기도 합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어른의 시선과 주변에서 예술을 발견하는 아이의 시선을 대비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아이가 위로, 아래로, 옆으로 눈길을 돌리는 동안 어른들은 저마다 무언가에 빠져있습니다. 앞만 보며 달려가거나 핸드폰에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지요.
마루의 시선은 조금씩 어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가던 할아버지는 마루와 함께 춤을 춥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아저씨는 낙엽을 선물 받습니다. 마루의 도시 탐험은 노을이 지는 저녁까지 계속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우체통을 발견하는 순간, 알게 됩니다. 우체통은 집 바로 앞에 있었다는 것을요. 돌고 돌아 결국 출발점으로 왔지만, 괜찮습니다. 돌아가서 엄마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생겼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