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반적으로는 금장 칸국 또는 킵차크 칸국이라고 불리던 제국, 즉 호르드의 역사를 세밀하고 생동감 있게 묘사한 종합적 역사서이다. 유목 제국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온, 파리 낭테르 대학교의 부교수 마리 파브로는 호르드의 역사를 대내외적으로 정밀하게 복원하며 그들의 성취가 “정복” 그 이상이었음을 밝힌다.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호르드는 300년 동안 세계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고 유럽, 러시아, 중앙아시아, 중동에 오늘날에도 확인할 수 있는 깊은 유산을 남겼다. 국경을 넘나들며 통합을 이룩한 호르드는 13-14세기 유라시아 상업의 중추이자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장악한, 교환의 전달자였다. 호르드의 독특한 정치 체제, 즉 칸과 지배계층 사이의 복합적인 권력 공유 방식은 유동적, 조직적, 혁신적인 경제 질서를 탄생시켰다. 볼가 강 하류에 위치한 중심 도시 사라이에서부터, 호르드는 자연환경과 정교한 관계를 맺으며 러시아의 통치 구조와 이슬람 문화의 사회적 관행에 큰 영향을 미쳤고 종교적 관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전파했다.
저자는 호르드가 발행한 주화, 칙령, 외교 서신 등과 더불어 다른 정주 세력들이 아랍어, 튀르크어, 러시아어, 라틴어 등의 언어로 남긴 사료들까지 전부 종합적으로 살펴보며, 그간 중국의 원나라와 훌레구 울루스(일칸국에만 집중되어온 몽골 제국사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책은 유목민을 ‘역사의 주변적 존재’ 혹은 ‘문명의 파괴자’로 바라보던 낡은 관념에 도전하면서, 몽골이 대내외적 환경과 필요에 따라서 자유롭게 변화하는 유연한 정권이었음을 역설한다. 이 책은 그간 잊혀온 한 제국과 그 제국이 세계사에 미친 거대한 영향력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정확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주요 내용
이 책의 이야기는 12세기 말 동아시아 초원에서 시작한다. 몽골을 포함해 여러 유목 집단들이 정치적, 사회적, 영적, 경제적 제도를 공유하며 초원을 나누어 점유하고 있었는데, 제1장에서는 이 유목 집단들 간의 관계에 대한 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