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영역을 가장 쉽게 푼《미래가 온다, 바이러스》
바이러스는 동물도 아니고 식물도 아니다. 세균보다 천 배나 작은 바이러스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 숨 쉬지 않으며, 먹지 않고, 자라지도 않기 때문에 생명체라고 할 수 없다. 자기 복제를 한다는 점에서 물이나 공기, 돌멩이 같은 무생물도 아니다. 그렇다, 자기 복제는 바이러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바이러스는 적당한 세포를 만나면 거기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데, 이걸 흔히 ‘감염’이라고 부른다. 바이러스는 세포를 감염시킨 즉시 수십, 수백만 개로 무한 복제를 시작한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한, 동물이든 곤충이든 세균이든 어떤 생명체라도 남아있는 한,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인류의 영원한 적일까, 아니면 친구가 될 수도 있을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서 메르스 바이러스, 천연두 바이러스, 에이즈 바이러스…… 심지어 광견병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바이러스는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바이러스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전쟁이나 자연 재해보다 더 많은 사람을 해쳤다. 하지만 바이러스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다. 바이러스 스스로 어떤 의도나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자기에게 딱 맞는 세균 하나, 세포 한 개만 있어도 거기 들어가 무한복제를 시작하는 게 그들의 태생적 행동 양식일 뿐이므로.
바이러스가 미래 과학 시리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악당’ 같은 바이러스가 인류의 ‘친구’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과학자들이 찾아냈기 때문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고 있다. 그중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5N1의 인공 돌연변이 바이러스처럼 위험하기 짝이 없는 괴물 바이러스도 있고, 2008년 한국 과학자들이 만들었던 암세포 킬러 바이러스처럼 의료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흔하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바이러스는 각종 ‘백신’으로 불리는 바이러스다.
1796년, 영국 과학자 에드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