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것을 숫자로 기억해요
내가 왜 특별하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주인공 발랑탱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어른들이 정해준 규칙을 지키는 듯하지만 어느새 탱탱볼처럼 저만치 튀어나가는 여느 아이들이요. 그래서 독자들은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이 아이를 낯설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순수하고 다소 고지식한 발랑탱의 모습에 웃음 지으며 소년의 모험을 따라가겠지요.
그런데 ‘발랑탱은 자폐아입니다’라는 전제가 있다면요? 이 책은 아주 다르게 읽힐 겁니다. 주인공의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의 장애와 무관하게 보이지 않을 테고, 아이 의도와는 다른 해석을 하게 되겠지요. 장애에 대한 편견은 차이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할지 모릅니다. 조금만 다르면 겁을 내는 우리 사회에서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생각을 먼저 심어 주는 것이 자칫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책《하지만……》은 이야기 어느 곳에서도 장애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장애인의 이야기라는 것을 제목부터 언급함으로써 ‘비장애인’과의 차이를 알려주고 그들을 다른 시각에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독자들이 중립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처음부터 주인공이 어떤 아이인지, 장애를 가졌는지 밝히지 않습니다. 작가는 그저 한 발 한 발 주인공과 함께 걸으며 외톨이인 자폐아가 혼자 세상에 나가 겪는 하루 동안의 경험과 생각, 혼란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사회의 반응을 세세하고 실제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를 통해 작가는 장애아들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편견없이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습니다.
온 마음이 필요해요
아프리카 속담에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두의 공감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지요. 건강한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이 이럴진대,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는 온 마을 사람들의 온 마음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행히 발랑탱은 장애아를 바라보는 매정한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