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4
1장 메디치가의 포모도로 9
이름을 얻었지만 곧 잊혀버린 이상한 외래 채소
2장 존슨 대령의 바구니 37
‘천덕꾸러기 열매’ 미국 최고 인기 채소가 되다
3장 산 마르자노의 기적 83
한 나라와 그 나라의 음식을 규정하는 토마토
4장 여왕과 마르게리타, 고소하고 향기로운 전설 131
토마토와 납작한 빵, 치즈가 만났다
5장 미각의 신세계가 열렸다 179
무일푼의 피클 장사꾼과 청정 토마토케첩
6장 토마토, 마침내 파스타를 품다 223
마성의 존재, ‘파스타 알 포모도로’
7장 빅보이의 탄생 263
변종 토마토 전성시대가 활짝 열렸다
8장 누가 토마토를 죽였는가? 301
미움받는 토마토, 플로리다 매츄어 그린
9장 에어룸 토마토의 반격 347
숨죽이며 제 자리를 지켜온 스타 토마토, 에어룸
10장 겨울이 오고 있다 387
이것은 어쩌면, 귀향의 전조일까?
감사의 말 428
참고문헌 432
찾아보기 435
1548년, 핼러윈 전야의 이탈리아 피사. 피렌체 외곽에 있는 농장에서 바구니가 도착했다는 말을 들은 코시모 데 메디치와 그의 가족은 팔라초의 긴 계단을 서둘러 내려왔다. 신대륙에서 건너와 이제 막 이탈리아에 첫선을 보이게 될 채소는 바로 토마토였다. 지금 우리가 알다시피 토마토는 장차 이탈리아와 거의 동의어가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케첩부터 인도의 치킨 티가 마살라까지, 전 세계 요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운명이었다. 게다가 코시모 데 메디치에 의한 데뷔라니, 토마토로서도 영광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미켈란젤로 만찬에의 초대? 피자와 스파게티의 탄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심지어 3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토마토는 그 땅에서 어떤 의미 있는 자리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저 토마토의 이탈리아 데뷔라는 측면에서 역사적 가치를 지니는 당시의 기록 속 이 이상한 수입물의 이름은 ‘포모도로pomodoro’였다.
토마토는 수천 년 전부터 멕시코 땅에서 작물화된 식물이다. 아즈텍 사람들은 ‘시토마틀Xitomatle’이라고 부르던 다양한 색상의 열매채소를 수프나 스튜로 조리해서 먹고, 생으로 잘게 잘라 칠리와 허브를 곁들여 소스로 먹거나 고추 감자와 함께 볶아먹었다. 1520년 스페인 정복자 에르난도 코르테스와 부하들이 그 땅을 밟았을 때 텍스코코 호수 건너 적의 캠프에서 매캐한 연기와 함께 불길하고 낯선 토마토 스튜 향이 나면 행여 자신이 그 재료가 되지 않을까 벌벌 떨었다고 한다. 아즈텍 사람들의 승리 연찬에는 종종 패잔병들의 고기가 든 토마토 스튜가 상에 올랐다.
현재 우리가 먹는 모든 토마토는 바로 그들, 정복시대 코르테스의 병사들이 들여온 한 줌의 씨앗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소개되자마자 붐을 일으킨 옥수수나 감자, 카카오 등과 달리 토마토는 오랜 세월 유럽인의 구미를 당기지 못했다. 강한 향과 이질적인 식감도 부정적인 느낌을 강화하는 요인이었다. 설상가상 중세 유럽을 어둠에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