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 한국적 괴기 이야기의 문화론적 접근
괴기: 타자 혹은 인간 조건의 한계 성찰하기|공포: ‘억압된 것의 귀환’과 두려움을 마주하는 쾌락|환상: 무서운 이야기의 비밀과 거짓말|귀신/괴물과 이야기로 소통하기|괴기 서사에 녹아 있는 집단적 의식과 감성의 역사적 자취 읽기
2 한국 귀신 이야기의 근대적 전환
조선시대의 귀신관과 귀신 형상|불투명하고 소략했던 귀신의 묘사|도깨비의 얼굴|유형화된 귀신의 등장
3 괴기 취미의 형성과 근대 지(知의 갈등
괴기 양식의 발아, [매일신보] 괴담란|괴기 취미, 전통을 발명하다|주술·과학의 긴장과 근대 지(知의 갈등|계몽 내부의 불안과 감성의 이율배반|지배 감성과 잔존 감성의 충돌과 방전|미지(味知의 공포를 축출하는 기지(旣知의 공포
4 괴담/괴기소설의 분화와 식민지 괴기 서사의 전개
‘괴담’과 ‘괴기’의 경쟁|[매일신보]의 귀신/도깨비와 미결정의 공포|[조선일보]의 괴담과 근대 지(知의 위계화|과거화되고 열등해진 귀신/도깨비 이야기|[조광], 괴담을 명랑화하다|괴기소설과 인간이라는 타자의 발견
5 작가 김내성과 조선 괴기소설의 딜레마
괴기소설을 개척한 탐정소설가|‘에로-그로’ 취향과 괴기한 캐릭터의 출현|인간 내면의 비밀과 예술의 세속적 교양화|살인 예술가와 악마적 예술의 형상|식민지 청년의 조바심과 우울증
6 1960년대 통속 괴기소설의 사회적 무의식
괴기 서사의 부흥과 통속잡지 [명랑]|식민지/전쟁의 기억과 선악을 전도하는 현실|여성 흡혈귀와 자본주의라는 저주|과학, 혹은 쾌락의 임계와 공포|불균등한 근대에 대한 저항과 공포의 변증법
7 1960~1970년대 고전공포영화와 억압된 것의 귀환
괴기영화의 황금기가 도래하다|실패한 애도와 우울증적 공포|낭만적 위선을 폭로하는 약자들의 렌즈|내가 무엇이기를 원하는가: 여성 히스테리와 분열적 정체성|식민지적 성장의 저주, SF괴기영화|여성괴물의 도착성과 신화적 여성성의 귀환|흔들리는 ‘정상성’, 동요하는 성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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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기’의 탄생, 신문과 잡지 그리고 소설 속 괴기 이야기들
‘괴기’라고 하면 요괴, 귀신, 유령, 괴물 등이 떠오른다. 어둡고 야수적인 본성과 마술적인 공포가 지배하는 세계, 논리적으로 파악할 수도, 이성적으로 제어할 수도 없는 잔혹하고 초자연적이며 음울하고 신비한 세계가 오늘날 괴기가 표상하는 세계다. 괴기는 또한 아직 과학적 문명의 세례를 받지 못한 전근대와 야만의 세계를 표상하는 어휘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에서 괴기라는 말이 지금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괴기가 전근대와 야만의 시대를 연상시키고, 근대적 합리성의 저편에서 마술적이면서도 잔혹하고 비윤리적인 세계를 지칭하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중반이 지나면서부터였다. 어둡고 음울한 욕망과 충동적 쾌락 욕구를 긍정하고, 야만적·초자연적·비윤리적·전근대적 세계를 재현하고 엿보는 것으로부터 감각적 만족을 느끼는 문화적 기호의 발생은 근대 도시의 발달과 소비문화에 긴밀히 연관된다. 신문·잡지 등 미디어 매체의 등장으로 대중적 정보 소통이 가능해지고, 극장·책방·카페·백화점 등에서 문화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대중 계층이 성립하면서 발생한 새로운 문화적 기호의 하나로서, 괴기를 즐기는 감성이 ‘모던’이라는 신문명의 감각 위에서 탄생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상황과 의미를 [매일신보], [조선일보], [조광] 등 신문과 잡지에 연재되었던 괴담들과 ‘괴기소설’로 유명한 작가 김내성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한국 영화 황금기, 영상으로 표현된 괴기와 공포
일제강점기 중반 비로소 독립된 단어가 된 ‘괴기’라는 말이 다시 활성화된 것은 1960년대 공포영화가 유행하면서였다. 공포영화가 대중영화의 한 양식으로 일반화되기 시작한 이 시기, ‘괴기’는 ‘괴기·공포’라는 방식으로 ‘공포’와 짝지어져 사용되곤 했다. 괴기와 공포를 묶어 쓰는 언어 관습은 이후 점차 공고해져, 1980년대에 이르면 ‘괴기영화’는 ‘괴기공포영화’라는 명칭에 주도권을 내준다. 그리고 198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