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이 책은 칼 야스퍼스(Karl Jaspers의 《비극론(悲劇論》(Der das Tragische과 《현대의 정신적 상황》(Die Geistige Situation der Zeit 중에서 제4부와 제5부를 떼어내고 번역한 것이다. 후자는 모두 현재 및 미래의 인간을 다룬 것이므로 〈인간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원래 〈비극론 ? 인간론〉은 야스퍼스의 《진리에 대하여》에 수록되었던 것으로 나중에 이 부분만 독립시켜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야스퍼스가 실존철학의 기초를 닦은 대철학자(大哲學者임은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는 실존철학자 중에서도 특히 동양인의 정서와 친숙한 사상을 전개하고 있다.
이 글이 《진리에 대하여》에서는 제3부 ‘진리’ 제3절 ‘진리의 완성’ 3항 ‘근원적 관점에 있어서의 진리의 완성〔한 예로서의 비극적 지(知〕’으로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도 이 글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인간론〉은 인간성의 위기가 강조되고 있는 지금, 인간의 현상을 파악하고 그 위험과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날의 모든 문제, 곧 과학 문명으로부터 오는 위협, 사회의 조직화에서 생기는 폐단, 참된 애정과 존경과 존엄의 상실 등 모든 문제가 참된 인간성의 고갈로부터 발생하는 만큼 인간성의 회복― 오히려 과학화, 조직화되는 사회에서의 인간의 복권(復權이지만― 을 다룬 이 글은 많은 암시를 줄 것이다.
야스퍼스는 《이성과 실존》, 《실존철학》, 그리고 《진리에 대하여》 등 여러 저서에서 이성을 통찰하고 있지만, 여기에서 전개한 이론들을 집약하여 현대의 반이성적 상황과 관련시켜서 논한 것이 바로 《현대의 이성과 반이성》이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읽기에 수월한 내용은 아니다. 표현 자체가 매우 함축성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현대의 반이성적 상황이 어디 있고, 또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있어서 어떻게 하면 이성적으로 살 수 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