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조금 서툴고 더딜지라도
우리는 저마다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어!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 시합이 한창입니다.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이 목청껏 응원을 하지요. 제 차례를 기다리는 서우는 운동화 끈을 꽉 조여 봅니다.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쿵쿵 뛰는 걸까요? “뛰어, 빨리! 우리 반이 지금 일등이야!” 서우를 향해 달려온 친구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말합니다. 빨간 바통을 건네받은 서우는 있는 힘껏 앞으로 달려갑니다. 그런데… 친구들이 하나둘씩 서우를 제치고 앞서나가고 말죠. “북아, 빨리빨리.”, “아이참, 빨리 좀 와!” 친구들의 성화에 서우는 안간힘을 다해 달려 봅니다. 푹 눌러쓴 모자가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요. 하지만 결국 서우네 반은 달리기 시합에서 지고 말지요. 친구들은 뭘 하든 다 느린 서우를 ‘북이’라고 부릅니다. 맞아요. 그 거북이 말이에요.
하굣길, 모자를 푹 눌러쓴 서우가 집으로 향합니다. 친구들과 멀찍이 거리를 두고서 말이에요. 그러다 새로 생긴 수족관 앞에서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춥니다. 수조 안을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는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에게 마음을 빼앗긴 탓이었지요. 그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보던 서우는 수조 한 귀퉁이에서 홀로 볕을 쬐는 거북이를 발견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서우의 머릿속은 온통 혼자 놀던 거북이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책상 앞에 앉은 서우는 색종이로 거북이 친구를 접어 봅니다. 종이접기라면 자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종이 거북이가 살아 움직이는 게 아니겠어요? 서우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요?
1등보다 중요한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모두 함께
서우는 혼자만의 시공간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아이입니다. 하굣길에 본 거북이를 떠올리며 종이 거북을 접고 서랍을 비워 작은 바다를 만들지요. 그러다 제가 만든 종이 거북이에게 이끌려 서랍 바다로 첨벙 뛰어듭니다. 바다 밑에 다다르자,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서우를 반갑게 맞아 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