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저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마세요
내가 싫으면 네가 꺼지라고
내 삶이 늦게 피는 꽃이라면
알고 보면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야
정해진 길이라는 착각
비교 불가능한 나의 삶을 위해
밤 11시
홀로인 시간을 견딜 수 있다면
혹시 뒤처질까 불안해질 때면
가난과 외로움은 숨길 수 없다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왜 이럴까?
가끔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내가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는 나에게
새벽 2시
미움이 무성한 풀밭에서 행복의 씨앗 찾기
가시 박힌 마음엔 모두가 눈엣가시
감사함은 사람에게서 온다
10년간 매일 감사일기를
보이는 만큼만 살아가는 것이라면
못하는 건 그만둬, 잘하는 걸 잘하자
아침 7시
지금, 나의 꽃이 피어나는 시간
매일이 이별이다
오늘을 사는 나에게
지금 이 순간을 잃어버리지 말기
매미가 열 번 울고 내게 남은 것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하는 시간
이 책은 저녁 7시의 퇴근 상황을 가정하고 목차가 전개된다. 퇴근이란, 사회생활을 잠시 접고 다시 하나의 섬인 개인으로 돌아가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 시간의 가장 큰 방해물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회식이다. 작가는 자신의 주사를 털어놓으며 회식 이야기를 펼친다. 조금만 마셔도 금세 잠이 드는 술버릇. 자려고 마신 술이 아닌데 자꾸만 강권하는 술잔 앞에서 그의 고민이 시작된다.
“졸음을 감수하고서라도 상대방의 음주 속도에 맞춰 잔을 들어주는 게 마음이 편했고, 늘어나는 잔의 개수만큼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리라 여겼다. 덕분에 ‘술은 못하지만 술잔을 빼지 않는 신입사원’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어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평범하고도 난처한 에피소드는 단순히 ‘거절할 수 있어야 당당할 수 있다’는 식의 자기계발 메시지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생활에서 벌어지는 대인관계에 대한 삶의 철학을 갖지 못하면 집에 돌아와서도 혼자가 될 수 없다는 깊은 반성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개인으로서의 추세경이 된 후, 그의 감성 언어가 시작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야 행복이 가깝다
다시, 작은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군 복무 중이던 장교 추세경은, 눈 내리는 어느 겨울날 시골길을 따라 출근하다가 죽은 쥐 한 마리를 보고 흙에 묻어준다. 단 한 문장이면 요약되는 이 사건은 그러나 남다른 의미로 그의 뇌리에 기억된다.
“이때의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그런 작은 생명에도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이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기특해 보이고, 나도 괜찮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는 든든한 느낌을, 저자는 옛 기억을 통해 간직하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이런 기억이 많은 사람일수록, 즉 다른 사람이 알아주는 내 모습이 아니라 내가 알아주는 내 자신의 괜찮은 모습이 많은 사람일수록 나다운 사람,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된다.
그 시절의 외로움과 불안
작가는 그렇게 일상에서 경험했던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