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소설을 쓴 작가의 새로운 장편동화
심순 작가는 2020년 신춘문예에 동화 〈가벼운 인사〉가 당선되었고, 같은 해에 《비밀의 무게》로 창비 좋은어린이책 상을 수상했다. 늦은 나이에 등단한 동화작가인 듯하지만 알고 보면 소설가 ‘심아진’으로 오랜 시간 글을 써 온 베테랑 작가이다. 1999년에 중편소설 〈차 마시는 시간을 위하여〉로 등단한 이후 지금까지 《어쩌면 진심입니다》, 《여우》, 《무관심 연습》 등 여러 권의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내왔다. 올해 출간한 소설집 《신의 한 수》로 통영시문학상(김용익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는 ‘심순’이라는 구수한 필명을 얻은 뒤 동화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심순 작가는 “세상이 물리법칙이나 신의 뜻에 의해 굴러가기보다 이야기에 의해 굴러간다고 믿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이야기 추종자’ 심순은 ‘이야기’를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로 글쓰기를 하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깊은 내공이 담긴 동화 《행복한 먼지》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사물이 주인공인 경우가 종종 있지만 ‘먼지’가 주인공은 책은 그리 흔치 않다. 심순 작가의 먼지는 어째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걸까?
바깥은 더럽고 위험하고 냄새나는 곳이야
멍지네 가족은 유빈이 할아버지 방의 카펫 한 귀퉁이에서 오래오래 잘 살고 있었다. 다른 먼지들이 진공청소기의 습격을 받을 때 멍지 엄마 아빠는 멍지 손을 꼭 잡고 잘도 피해 다녔다. 멍지네는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이집트가 고향이라고 여긴다. 근거가 없는 얘기도 아닌 것이 유빈이 할아버지의 카펫이 이집트에서 왔기 때문이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명언으로 유명한 먼지 도사는 46억 년 동안 명상을 해 왔으며 마법의 주문 ‘풀풀폴폴’을 전파했다. 그런 먼지 도사가 ‘풀풀폴폴 주문을 외우면 그 순간에 우주 최강자 달먼지님이 힘을 보태 준다’고 했다. 멍지 가족은 먼지 도사의 전해내려 오는 주문과 달먼지님의 전설을 철석같이 믿었다. 그리고 가장 안온한 공간인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