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_길을 찾아 허공을 향해 손을 뻗는 새잎처럼
1부 별들의 이사
숲은 초록으로 물들도록 12 가을 13
담쟁이는 문제를 풀었을까요? 14 벌들의 이사 16 날개의 쓸모 18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 20 수양버들 21 주산지에서 22
아는 척할 게 23 새 친구 새친구 24 호기심 26 초승달 28
2부 겨드랑이는 따뜻해
똑똑해야 하는 이유 30 뒤바뀌다 32 겨드랑이는 따뜻해 33
똑같은데 34 발톱을 깎는 우리의 자세 36 달팽이처럼 37
내가 살아남는 법 38 달 위로라는 건 말이야 40
두고 가세요 41 봄날 42 벌써 일 년이 지나버렸어 43
하루살이 44 훔치다 46
3부 너도 공이니?
내 이름은 0618 W39N94 48 지구는 어떡하지? 50
그냥이 52 꽃밭에서 54 *주의사항* 55 묻다 56
너도 공이니? 58 등대의 말 60 새아기 62 알맞은 운동 64
은퇴 후의 삶 66 특별 68 접시꽃 피는 날 70
4부 토끼를 기다리는 이유
꽃바퀴 72 빗자루 73 도시락 74 노루궁뎅이 76
도토리 키재기 78 물수제비 80 바이킹 82
생일케이크 84 일곱 별 언덕 집 85
저한테 왜 그러세요? 86 호랑가시나무 88
토끼를 기다리는 이유守株待兎90
해설_담쟁이 넝쿨을 타고 올라온 시_임수현
숲은 초록으로 물들도록 아무쪼록 오래도록-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윤경 시인의 첫 동시집인 『담쟁이는 문제를 풀었을까요?』 담쟁이는 어떤 문제를 앞에 두고 골똘해 하고 있을까요? 담쟁이넝쿨을 따라가 보면 초록의 ‘록’이라는 글자로 이어지는 초록의 솜씨가 첫 장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무럭무럭 문제를 만들어 내고 무럭무럭 또 그렇게 문제를 풀고 문제를 넘고 극복해 가는 씩씩한 담쟁이의 모습은 우리에게 어떤 난관도 넘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그런가하면 아주 작은 세상에서 커다란 세상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아주 작은 마을 아카시아가 눈처럼 내리고 오래된 밤나무가 어슬렁거리는 환상의 세상에 귀한 여왕님을 모시고 이사를 하는 벌들은 길게 이어질 동화의 서막을 여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한편 슬픔이나 외로움을 외면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커다란 코끼리가 스스로를 하나씩 지우며 집으로 돌아간다는 대목에선 어떤 알지 못할 서러움이 울컥 올라오기도 합니다. 길 친구 해를 지우고 급기야 몸도 코도 지우고 하얀 상아만 남기고 말입니다.
안도현 시인의 추천 글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펼치면 맨 먼저 「숲은 초록으로 물들도록」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이 한 편에 빠져 페이지를 뒤로 넘기지 못했다. 나뭇잎-이슬-새-다람쥐-숲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의 주체가 ‘초록’이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아마 열 번은 읽었을 것이다. 유성음 ‘ㄹ’의 반복이 환하게 아름다운 리듬을 생성하고 그 리듬이 내용을 앞에서 끌고 가는, 오랜만에 만나는 수작이다. 초승달을 코끼리의 하얀 이로 읽어내는 시각 또한 놀랍다. 「발톱 깎는 우리의 자세」에서 얼굴과 발이 가까워진다는 발견은 이 세상의 관계에 대한 통찰로 크게 퍼져나간다. 이 동시집 곳곳에서 시인은 우리가 놓치고 사는 발견의 기쁨을 선물한다. 시인이 찾아낸 ‘시적인 것’이 “아무쪼록/ 오래도록” 우리를 깊게 물들이기를 바란다.“
― 안도현 시인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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