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하나가 모여서 만드는 세상
아기가 태어나 처음 인식하는 세상은 하나입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지요. 그다음, 양육자를 발견합니다. 또 다른 하나를 만나는 순간이에요. 이제 아기가 양육자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갑니다. 바깥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하나들’이 있고, 그들과 만나는 순간 아기의 세계는 무한으로 확장됩니다. 아기는 이제 매일 다양성을 경험하고, 남과 다른 부분을 발견하고,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고, 어떤 어려움은 극복하면서 자라날 것입니다.
인류 역사의 흐름도 한 사람의 성장 과정과 비슷합니다. 태초 이래 인간은 자신과 다른 누군가를 만나 모여 살고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피부색도 종교도 언어도 다른 인류가 모여 살게 되자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납니다. 이따금 편을 가르고 경계를 긋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류는 결국 서로 보듬고 어우러지고 존중하며 살아가는 법을 깨닫고 나아가 오늘날 역사를 일군 것이겠지요.
《처음에 하나가 있었다》는 사람의 성장 과정과 인류 역사의 흐름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그림책입니다. 단순한 그림과 문장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우리의 역사가 자연스레 눈앞에 펼쳐집니다. 처음에 하나로 등장한 씨앗이 또 다른 씨앗을 만나 점차 성장하고, 함께 새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끝내 나지막한 탄성을 자아냅니다.
총천연색 점들이 그려 내는 한 편의 시
이 책의 시작은 수지 자넬라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기술 혁신, 현대화, 물질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하나뿐인 개인은 항상 폭력, 전쟁, 인종 차별 등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는 2017년이었고, 유럽 몇몇 국가가 이슬람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시기였지요.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갑작스러운 팬데믹 상황은 전 세계를 위축시켰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벌어진 전쟁은 끝을 알 수가 없습니다. 수지 자넬라는 세상을 바꾸려는 대단한 야심으로 작고 단순한 점들을 그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함께 힘을 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