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서 놀렸다고? 순진해서 놀렸다고?
정이가 일곱 살 때, 아빠는 엄청난 비밀을 말해 주었다. 정이가 ‘아빠 찌찌를 먹고 자란 아기’라는 것이다. 민서에게만 귓속말을 했는데, 정이 목소리가 너무 커서 반 친구들이 다 알게 되었다. 친구들은 저마다 정이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 누구는 알에서 태어났고, 누구는 코브라띠라니! 자기만 ‘조금 이상하고 특별한 비밀’을 가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정이는 조금 안심한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엄한 목소리로 알려 준다. 남자 가슴에서는 젖이 안 나오는데, 정이 아빠가 정이에게 장난을 치신 것 같다고. 정이는 큰 충격을 받는다. 순한 것도 억울한데 순진하기까지 해서 속상하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알게 된 오빠 혁이는 크게 화를 낸다. 혁이도 ‘혁이는 엄마 아들 아니고 아빠 아들만 된다’는 아빠의 거짓말에 속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혁이가 엉엉 울자, 아빠는 귀여워서 장난쳤다고 고백했다.
“귀여우면 다야? 귀엽다고 하면 어린이한테 장난쳐도 되냐고. 정아, 우리 어린이들이 단결하자.”
오빠가 내 손을 잡았다.
‘단결하면 어떻게 되지?’
궁금했다. 나도 오빠 손을 꼭 잡았다.(29쪽
어린이를 놀리거나 속이는 어른들의 핑계는 한결같다. ‘귀여워서’라고.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감정일 뿐, 어린이에게는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어린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놀림을 받고,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해 억울해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장난 삼아 어린이를 속이면서 ‘어른 말씀 잘 들으라’고 가르치다니, 어른들은 얼마나 제멋대로인지!
혁이와 정이는 참지 않기로 한다. 어른들에게 당당히 사과를 요구하고, 손을 맞잡은 두 아이에게 엄마 아빠는 고개를 숙인다. 이 장면은 어른의 권위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와 어른이 서로를 존중할 때 만들어지는 이해와 화해를 보여 준다. 어린이 독자들에게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와 연대의 힘을 알려 주는 동시에, 비록 실수할 때도 있지만 어른은 어린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