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조상, 뒤코멩의 마귀여.
제발, 이 일을 막아다오…!
나는 그 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아.”
쌍둥이 남매로 태어난 이네트와 요하네스. ‘발데마르의 태양’이라고 불리며 칭송받는 요하네스와 달리, 결혼 초야 때 남편을 잃은 이네트는 ‘저주받은 공녀’라 불리며 탑에 갇혀 산다. 스무 살이 된 요하네스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금의환향하지만, 이네트는 두 번째 혼담 상대의 흉측한 초상화를 받게 된다. 전 부인들을 살해했다는 잔악한 노인을 새 남편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기로 한 이네트는 남몰래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가 어머니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온 마귀의 관을 깨어 소원을 빈다. “마귀여, 나는 그 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아.” 그리고 그날 밤, 성에서는 비명이 퍼지게 되고 그것이 요하네스의 발작임을 알게 된 이네트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요하네스의 방에 찾아가는데…….
이네트는 자신의 소원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마귀의 눈빛 속에서 자신이 평생 사랑하고 질투해왔던 사람의 익숙함을 발견한다.
뿌리 깊은 인간 욕망과 가혹한 진실을 마주한 주인공들의 격정과 가련함이 범접 불가한 아우라를 자아내는 『마귀』의 매력에 깊이 빠져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