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
그리고 깊고 따듯한 치유의 시간
한부모 가정 아이인 주인공은 엄마와 아빠가 언제 어떻게 무슨 이유로 헤어졌는지 모른다. 엄마도 말해 주지 않았고 주인공도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죽은 줄만 알고 있었던 할머니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도 엄마와 주인공은 그저 무덤덤하다. 그런데 유언장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서 지내는 동안, 서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독립적인 태도로 살아왔던 이들의 생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서로의 기색을 살피고 속마음을 드러낸다. 이때 ‘책’은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며 이들을 잇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
나는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책들이 있는지는 이미 많이 살펴봤기 때문에 고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먼저 마음이 가는 대로 골라 읽기 시작했다. (중략
책을 읽을수록 세계가 커지는 것 같았다. 집과 학교, 우리 동네, 내 친구들이 내 세계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과거로부터 미래, 지구에서 우주, 한 번도 본 적 없는 온갖 사람들이 다 내 생각의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156쪽
경쟁하는 것에 익숙하고 경제적 부를 삶의 가치를 재는 척도로 생각했던 엄마와 나는 도서관에서 지내는 동안 의미 있는 삶, 즉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도달한다. 그리고 ‘책’을 통해 “엄마와 나도 대나무숲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 그 책이 둘 사이를 “단단하게 서로를 지탱해 주는 뿌리” 같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느꼈던 도서관 사람들이 말한 그 ‘마법’이 이들에게도 찾아온 것이다.
‘기묘한 도서관’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
이병승 작가의 신작 장편동화 『비밀 유언장』은 ‘기묘한 도서관’ 시리즈의 첫 책이다. 작가는 내내 아동청소년 문학의 자장 안에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들을 직시해 왔다. 날로 심화되는 빈부격차, 차별과 불공정, 부조리로 가득한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좋은 삶’에 대한 질문을 작품 속에 담아 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