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픔의 연대기에 적힌 예언 속 여자아이, 비어트리스
“슬픔의 연대기에는 언젠가 한 아이가 와서 왕을 왕좌에서 내려오게 할 거라는 예언이 적혀 있었다. 그 아이가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예언은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다.”_본문에서
슬픔의 연대기 수도원의 수사 에딕은 염소 안스웰리카가 자는 헛간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수사들을 골탕 먹이는 악마로 명성이 자자한 염소 곁에서 귀를 붙들고 잠든 아이. 깨어난 아이는 자신의 이름 외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기억하는 또 한 가지 사실은 글을 알고 쓸 줄 안다는 것. 비어트리스가 글을 안다는 것, 더군다나 글을 아는 ‘여자아이’라는 사실은 수도원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이 세계에서 글을 아는 사람은 오직 남자, 그중에서도 왕과 고문, 세상의 일을 기록하는 수사들뿐이기 때문이다. 수사 에딕은 비어트리스가 언젠가 왕을 왕좌에서 내려오게 할 것이라는 그 예언 속 아이임을 직감하고 비어트리스의 머리를 수사처럼 짧게 자르고 말을 못하는 척 연기하게끔 한다.
비어트리스는 이제 스스로를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인 척해야 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붙들어 주는 염소의 단단한 머리와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는 에딕의 마음을 믿고 에딕의 계획을 따르기로 한다. 비어트리스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기억 속에 잠긴 진실을 세상 밖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마침내 집을 찾아가는 여정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어떤 세상이고, 나는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야 해?”_본문에서
수사 에딕은 슬픔의 연대기를 기록하는 수도원에서 글자를 채색하는 일을 한다. 에딕의 한쪽 눈이 사시인 것을 두고, 아버지는 그가 어릴 적부터 제멋대로 구는 망가진 눈을 통해 마음마저 악마가 깃들어 세상을 비뚤게 바라보는 것이라고 타박했다. 그러나 에딕은 세상의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먼저 발견하는 눈을 지녔다. 그리고 그 자신이 발견한 아름다움을 자신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