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해파리가 파도를 타고 나울나울 피서객들로 붐비는 해변에 밀려 왔습니다. 그러다가 기다란 촉수로 그만 소녀의 팔목을 감아 상처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화난 소녀의 아빠는 해파리를 그물로 낚아 모래사장에 내동댕이칩니다. 투명하고 하늘거리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찌그러진 종처럼 변해 버린 해파리는 뜨거운 태양 아래 쓰레기와 사람으로 가득한 해변에서 점점 말라갑니다. 과연 어린 해파리는 자신이 태어난 바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나는 해파리입니다》에서 작가는 해파리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해파리가 해변까지 오게 된 것도,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도 의도된 행동이 아닌 그저 살기 위한 본능 때문이라고요. 해파리는 조류를 따라 해변으로 떠밀려 온 것이고, 눈앞에 있는 장애물을 확인하기 위해 촉수를 뻗은 것뿐이지요. 그런데 쉽게 동물을 죽이고 쓰레기를 버리면서 바다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것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생존 본능인가요? 해파리의 눈으로 본 인간은 무례하고 사납기 짝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인간의 입장에서 자연을 대했습니다. 이분법적이고 결과론적인 사고로 자연을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으로 나누었고, 당연한 것인양 자연을 누리고 훼손시켰지요. 이 책은 종을 초월해 모든 살아 있는 존재에 대한 존중 뿐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기자이자 작가이기도 한 베아트리스 퐁타넬의 생태를 기반으로 한 담담하고 간결한 글 덕분에 독자는 낯설디 낯선 생물인 해파리와 함께 울고 웃고, 기뻐하고 화내다가 종내에는 이 생물과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이 책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림입니다. 생동감 넘치는 색조는 독자를 어느새 여름 바다로 데려가고, 역동성 느껴지는 형태는 이 미지의 바다생물이 마치 눈앞에서 너울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지요. 가는 펜으로 촉수 하나까지 섬세하게 그려진 해파리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쳤을 이 생물의 아름다움에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