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자아내는 강렬한 오프닝
마음의 결을 짚는 문학적인 서사
“이 편지는 네가 녹음한 편지에 대한 뒤늦은 답장이자, 초대장이야.”(22면
『뒤늦은 답장』은 주인공 남우가 친구 재근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남우는 왜 재근에게 뒤늦은 답장을 보내게 됐을까? 남우의 어린 시절, 아빠가 늦은 밤에 갑자기 집을 떠나 연락이 두절된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강렬한 장면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2000년대 후반, 고등학생이 된 남우의 시점으로 이어진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남우는 수능 준비는 뒷전이고 영화 동아리 활동에만 열심이다. 한편 분식집을 하는 엄마는 어느 날 ‘왕언니’가 빙판길에서 넘어졌다며 그녀를 보러 수원으로 홀연히 떠난다.
“엄마에게 왕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얼마나 남달랐으면 엄마는, 밤낮없이 왕언니의 예쁜이가 되어서 왕언니를 찾아갔을까. 예쁜이. 왕언니는 엄마를 예쁜이, 하고 부른다.”(96~98면
엄마가 의지하는 왕언니의 존재가, 둘의 각별한 사이가 남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빠가 떠나게 된 이유가 왕언니 때문인 것만 같기 때문이다. 엄마는 남우와 가까이 지내려 노력하지만, 남우는 엄마를 어려워하며 멀리한다.
“나는 왜 최선을 다해 엄마를 외면했을까?”(77면
집을 나간 아빠와 불편하게 느껴지는 엄마 사이에서 남우는 고민하며 방황한다. 엄마가 밉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남우의 복합적인 감정을 만화는 담담한 그림체와 문학적인 표현으로 오롯이 드러낸다. 서정적으로 묘사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독자들은 자연스레 남우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불현듯 찾아온 사랑,
위태롭게 흔들리는 사랑
“우리는 누가 누구의 예쁜이였을까?”(99면
가족에게서 위안을 얻을 수 없는 남우가 의지하는 대상은 재근이다. 엄마에게 왕언니가 있다면, 남우에겐 재근이 있다. 남우는 재근과 영화 동아리 활동을 하며 애틋한 관계를 쌓는다. 영화를 찍겠다고 해변으로 떠나온 겨울 여행에서, 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