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조선 후기 팔도를 주유하던 창해 정란을 만나다
주요 등장인물
제1부 산수병에 걸릴 숙명
시절인연
태몽
불운한 천재, 김시습
꺼지지 않는 등불 스승이시여!
호형호제의 연
찬란한 문장 속의 빛
과거 급제 박탈
조선 팔도를 읽다
두물머리와 등신탑
신의 한 수, 마릉
제2부 길 위의 인연
조선왕조 시조묘
생명을 다시 얻다
휘파람 소리에 까마귀 날다
인재를 품어내는 묘향산
미안하고 미안하다
《송도기행첩》의 산수를 찾아가다
제발 집으로 돌아오라
제3부 조선의 바람 백두산을 뒤덮다
손안에 조선을 담다
다시 도진 불치병
사냥꾼과 백두산
화선지 위 오방색 먹빛
큰 산을 품고 왔네
제4부 발자국에 고인 빗물
진솔회가 열리다
단원, 묵은 약속을 지키다
제주 거상 김만덕
썩어 없어지지 않는 존재
이별 여행을 떠나다
《불후첩》을 남기노니
해후
조덕린의 신원 회복
나 이제 가련다
글을 마치며 외로운 술잔을 가득 채워준 인연은 또다시 이어진다
여행길에 만난 인연들
역사 용어 풀이와 저작물
참고한 책들
창해 정란 연표 | 조선 시대사 연표
##산에 미친 서생(書生, 정란은 누구인가?
창해 정란은 산수에 관한 열정 하나로 평생을 여행에 바친 선비다. 경상도 군위 사람으로 양반가의 여느 자제처럼 과거를 공부하다 어느 날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금강산, 백두산, 한라산 등 명승지 곳곳을 돌아다니고 체험한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여행이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여행이 삶의 전부인 사람은 정란이 유일했으리라.
※ 창해일사 정란(滄海逸士 鄭瀾: ‘푸른 바다로 달아난 선비’ 정란
##산이 좋아 산에 가노라네
조선의 선비들은 산을 좋아했다.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영·정조 시대에는 양반들 중 명문가 집안의 권섭과 양반 가문의 이중환, 신광하가 산천을 유람하는 일을 좋아했다. 대학자로 꼽히는 퇴계는 청량산을, 조식은 두류산(지리산을, 서산대사는 묘향산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그러나 감히 산에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많지 않았다. 아니, 주변에는 한평생 자기 고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거나 주위 산천조차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에 비해 정란은 과거 공부를 접고 등반 여행에 인생을 걸었다. 당연하게도 가족은 뒷전이었고 10대 후반의 아들 정기동이 가장으로서 집안을 지탱해야만 했다. 어린 자식이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란이 꿈을 계속 좇을 수 있었던 것은, 가족 역시 정란의 꿈을 응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18세의 나이에 세상을 뜬 아들의 무덤 앞에서 그는 등반의 뜻을 완전히 접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시 길을 떠났고, 자신의 행적이 사람들의 비난을 뛰어넘을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더욱 힘썼다.
##남들과 다르게 홀연히 자연과 교감한 대장부
―산수병에 걸려 가족을 내팽개치고 산하를 유람한다고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이 길을 걸었습니다. 길 위에서 싸우고 다투는 건 결국 저 자신이자 제 내면의 흥이었습니다. 흥이 깨지면 갈 곳조차 잃어버릴 것 같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