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택과 결정’을 통한 인간의 자유 의지
고민할 필요 없이 오늘 무슨 옷을 입을지 정해 주고, 누굴 만날지, 무엇을 먹을지 정해 주는 마법의 이어폰이 있다면, 선택의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할 일을 까먹을 일도 없고 운 나쁜 일을 피할 수 있겠지만, 이어폰의 선택에 중독되면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세라는 한때 마법의 이어폰에 중독돼 스스로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삶을 살았음을 고백하며 이렇게 말한다.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거야. 정답을 알려 주고 간섭하니까 내 인생인데 내 인생 같지가 않더라고. 내가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었어.”
어쩌면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삶은, 쇠사슬로 목을 묶인 누렁이의 삶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작가는 ‘누렁이’가 ‘설탕이’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통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만이 자유 의지, 즉 스스로 선택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가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
■ 선택의 결과에서 얻게 되는 ‘책임감’
선택의 결과가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다. 결과가 좋을 때도 있지만, 뜻하지 않은 결과에 좌절할 때도 있다. 당장은 결과가 좋은 것 같지만 먼 훗날 돌아보면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이 더 좋았던 것 같아서 후회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내 의지로 선택한 일이 아니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미루게 된다. “엄마 때문에” “아빠 때문에” 등 누구 때문이라며 남을 원망하기 일쑤다. 주인공 윤호도 유기견 누렁이를 주인에게 보내게 만든 이어폰을 원망한다.
“그 사람한테 보내지 말걸. 난 그냥 이어폰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다 잘될 줄 알았어……. 주인도 수상해 보이고 설탕이도 가기 싫어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엄청 고민했는데……. 이어폰이 주인한테 보내라고 재촉했어, 그래서…….”
선택을 주저하는 것은 결과에 대해 책임지기 두려워하는 마음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하고 결과에 책임을 지는 과정을